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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18세 허웅, 브라질 1부리그 입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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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어릴 적부터 운동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공부도 썩 잘했지만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땅거미가 깔릴 때까지 공을 차고 노는 게 더 좋았다. 높이뛰기 · 멀리뛰기 등 육상 대회에 나가서도 곧잘 메달을 따오곤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축구부가 있는 중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소년은 하고 싶었지만 부모가 "운동을 시키기에는 공부를 너무 잘한다" 며 거절했다. 우등생으로 중학 시절을 보냈고 3학년 때는 학생회장까지 했다.

그 무렵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몰려왔다. 지인들이 '명퇴' 라는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는 현실이 보였다. 소년은 생각했다. '내가 공부로는 한국 최고가 될 수 없지만 축구로는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부모를 설득했고 경기도 군포시 산본중을 중퇴한 뒤 1998년 7월 용감하게 브라질로 건너갔다. 축구선수 경험도 없는 열다섯살의 소년은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파울리스칭냐 축구 클럽에서 연수를 시작했다.

소년의 이름은 허웅(18).

그는 다음달 브라질 1부리그 론드리나 클럽과 정식 계약을 하고 주니어팀에 입단한다. 정식으로 축구를 배운 지 3년 만에 그 어렵다는 브라질 1부리그 입단 테스트를 당당히 통과한 것이다. 론드리나 클럽은 현재 국내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에서 골잡이로 활약하고 있는 세자르 선수가 뛰었던 팀이다.

어머니 공혜선씨는 아들이 보내오는 일기 한 구절을 들려주며 목이 메었다. "처음 브라질로 건너갈 때는 내가 축구를 제일 잘할 줄 믿었다. 가 보니 내가 제일 못했다. 경기 때는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다리를 부러뜨린 뒤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꼭 성공해 돌아오라고 손을 흔들던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허웅은 1m78㎝.70㎏의 당당한 체격에 발이 빠르고 승부 근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두뇌회전이 빨라 창의적인 축구를 한다는 칭찬도 많이 받았다.

그는 브라질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한 뒤 국내에 돌아와 '삼바 축구' 를 전수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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