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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 한국대표 어린이들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후 3시 멘사SG 용인 마북교육원. 채민규(용인 마북초 2·사진)군과 어머니 손보임(37·용인시 마북동)씨가 멘사커넥션이라는 두뇌계발용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들과 어머니의 일대일 대결은 아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손씨는 “아빠?엄마 모두 보드게임에서 아이를 이기기 힘들다”며 “보드게임 덕분에 집중력·끈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채군은 1일 열렸던 ‘제 10회 멘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두뇌계발용 보드게임 경진대회)에서 초등 1~2학년 부문 대상(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컴퓨터 게임보다 보드게임이 더 좋아요. 친구를 이기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다 이겼을 때 너무 재미있어요.” 채군은 보드게임을 할 때면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전략·전술가로 변신한다. 내점수는 물론 상대방 점수까지 발빠르게 암산하며 공략지점을 찾는다. 상대방보다 더 빠르게, 안전하게 점수를 쌓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다. 일정한 도형 모양을 맞춰가야 하는 게임에선 머리 속에서 계속 도형이 갖춰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채군은 “게임에서 질 때는 분하기도 하지만, 다음에 생각해뒀던 방법으로 이기면 너무 짜릿하다”며 “이길 때 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는다”고 자랑했다.

 채군이 보드게임을 시작한 지는 1년여 남짓 됐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또래 아이들이 컴퓨터를 먼저 찾는 것과 달리 채군은 보드게임부터 펼친다. 손씨는 “게임에서 점수를 얻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민해보고 적용해보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집중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채군은 학교 시험에서 국어·수학은 항상 100점을 받아온다. 하루에 책 4권을 읽을 정도로 책도 좋아하게 됐다. 손씨는 “보드게임을 시작한 후에 다니던 학원도 모두 끊었다”며 “집중력이 좋아지니까 학교수업도 쉽게 따라갈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멘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 초등 3~4학년 부문과 5~6학년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학생들도 채군과 비슷했다. 고유정(3~4학년 대상·제주 한라초 4)양과 현경은(5~6학년 부문 대상·제주 한라초 6)양도 사교육 도움 없이 학교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고양과 현양은 국어·수학v사회·과학에서 95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학생 모두 2~3년 전부터 보드게임으로 창의력과 사고력을 길러왔다. 현양의 어머니 김미정(41·제주 노형동)씨는 “아이가 어릴 때는 산만하고 소극적인 편이었는데 보드게임을 하면서 ‘이기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의욕적으로 변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보드게임으로 하면서 수 계산과 여러 가지 도형에 대해 재미있고 쉽게 익히면서 수학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성과 인성도 기를 수 있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김씨는 “게임마다 각기 다른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공정한 게임에 대해 배우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를 갖출 수 있었다”고 돌이켜봤다. 고양은 “간단한 게임은 학교에 가지고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가르쳐준다”며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줄 때마다 기분이 좋고 내가 리더가 된 느낌”이라고 자랑했다.

 채군과 고양, 현양은 10월 영국행을 준비 중이다. 영국 국제 멘사올림피아드에 출전해 멘사 회원들과 친선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다. 채군은 “외국인들한테 창피하지 않도록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는 중”이라며 “영국에서 멘사 어른들과 좋은 게임을 해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글=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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