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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볼타의 역습, 〈스워드피쉬〉 1위 개봉!

중앙일보

입력

새로 선보인 존 트라볼타 주연의 사이버 액션 스릴러물 〈스워드피쉬(Swordfish)〉가 6월 8일부터 10일까지의 북미주말흥행에서 1,815만불을 벌어들여 〈슈렉(Shrek)〉, 〈진주만〉 등 쟁쟁한 대작들을 제치고 1위로 데뷔하였다.

올해의 〈타이타닉〉이 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진주만〉은 이번 주말에는 1,472만불의 수입으로 3위에 그쳐 고작 2주 동안만 1위 자리를 지킨 셈이 되었는데, 초대작이 나타낸 이같은 수직낙하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초반의 반짝 흥행이후 수명을 다했던 〈쥬라기 공원 2: 잃어버린 세계〉를 연상케 하였다. 〈진주만〉이 개봉 17일동안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4,399만불이다.

개봉 4주째 오히려 상영관수를 늘이며 〈진주만〉과의 정면대결에 나선 〈슈렉〉의 공세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말에는 1,652만불의 수입을 올려, 자신보다 1주일 늦게 개봉했던 〈진주만〉에 앞선 2위를 차지하였는데 흥행 낙하폭 또한 〈진주만〉보다 적어, 앞으로의 롱런이 예상된다. 개봉 24일째인 지금까지 총 1억 7,607만불의 수입을 올린 이 영화에 대하여 드림웍스의 배급대표 짐 싸프는 "매우 훌륭한 흥행속도를 나타내고 있고, 넒은 관객층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자찬하면서 역대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흥행기록(3억 1,286만불)을 가지고 있는 〈라이언 킹〉보다도 상영일수 대비 흥행력이 앞선다고 주장하였다. 또, 그는 〈라이언 킹〉이 사용한 전략인 일정기간 상영후 중지하였다가 재배급하는 전략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여 최종 목표가 애니메이션사상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 수립임을 은근히 시사하였다.

〈스워드피쉬〉와 함께 선보인 또다른 신작인 SF 코메디물 〈에볼루션(Evolution)〉은 관객들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1,341만불의 수입으로 4위에 머무르는 수준에서 데뷔전을 마감하였다.

지난 주말 나란히 전국개봉했던 코미디물 〈애니멀(The Animal)〉과 올 깐느영화제 개막작 〈물랑 루즈(Moulin Rouge)〉는 각각 961만불과 765만불의 수입을 올려 5위와 6위에 랭크되었고, 역시 지난 주말 개봉했던 코미디물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What's The Worst That Could Happen?)〉가 548만불의 수입으로 그뒤를 이었다.

이번 주말동안 흥행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9,438만불에 달했는데, 이는 〈식스티 세컨즈〉와 〈미션 임파서블 2〉가 각각 2,534만불과 1,723만불의 수입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작년의 같은 기간(9,178만불)과 비교할 때 2.8% 증가한 성적이다. 하지만 현지 분석가들은 새로운 여름시즌용 오락물 두편이 개봉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에 못미치는 결과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주말 대작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 입성에 성공한 존 트라볼타 주연의 〈스워드피쉬(Swordfish)〉는 작년도 같은 시기에 〈식스티 세컨즈〉로 흥행 1위 자리에 올랐던 도미니크 세나 감독이 〈식스티 세컨즈〉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에 이어 또 다른 블록버스터 전문 제작자 조엘 실버와 콤비를 맞춘 빠른 속도의 사이버 스릴러 액션물이다. 실버는 일찍이 〈매트릭스〉, 〈다이하드〉 시리즈, 〈리썰 웨폰〉 시리즈 등을 히트시켰던 그야말로 히트제조기로서 이번의 성공으로 무려 7번이나 연속 1위 개봉행진을 이어가는 대기록을 수립하게 되었다.

전형적인 남성용 영화인 〈스워드피쉬〉가 지난 8일, 많은 남성들을 TV앞에 붙잡아 두었던 LA 레이커스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간의 NBA의 최종결승전 중계에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데 대하여 미국내 배급을 담당한 워너 브러더즈 사의 극장배급대표 댄 펠만은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NBA 최종전의 영향으로 이 영화가 2위나 3위로 개봉할 것이라는 예상을 물리쳤다."면서 관객들의 성비율이 56% 대 44%로 남성관객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스워드피쉬〉의 성공에 고무되었을 만한 인물은 바로 영화속 악당을 연기한 존 트라볼타. 최근작들인 〈럭키 넘버스(The Lucky Numbers)〉와 〈배틀필드〉가 각각 450만불과 1150만불의 개봉수입을 올리는데 그쳐 많은 분석가들로부터 흥행수명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던 그는 이번 작품의 성공으로 스타파워의 건재함을 과시하게 되었다. 〈스워드피쉬〉의 개봉수입은 트라볼타의 주연작들중 역대 세 번째로 높은(〈페이스 오프〉와 〈장군의 딸〉이 각각 2340만불과 2230만불을 개봉주말에 벌어들였다) 성적이다.

영화에서는 트라볼타 외에 〈엑스맨〉의 울버린 역으로 널리 알려져있는 휴 잭맨과 이번 영화에서 토플리스 차림으로 등장해(덕분에 출연료를 더 받았다고 알려졌다) 화제를 모은 아름다운 흑인 여배우 할 벨리(스톰 역으로 출연한 〈엑스 맨〉에서 이미 잭맨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가 공연하고 있다.

영화의 스탭진중 상당수는 세나 감독의 전작 〈식스티 세컨즈〉 멤버들로 구성되었는데, 촬영의 폴 카메론, 미술의 제프 만, 특수촬영의 마이크 메이너디스 등이 이미 세나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멤버들이다.

전직 CIA 출신으로 카리스마를 갖춘 위험천만의 극우익 스파이인 가브리엘 쉬어(존 트라볼타)는 국제 테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분쇄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미 마약단속국(DEA)의 불법 비자금 세탁 프로젝트인 코드명 '스워드피쉬' 시스템에 침투하여 95억불에 달하는 비자금을 차지할 계획을 세운다. 이를 위한 방법은 사이버 공간과 현실에서의 침투를 동시에 실행하는 것으로 대량의 무기와 용병을 투입해 실제 은행을 터는 동시에 컴퓨터에 접속해 스워드피쉬를 해킹하는 것이다. 후자를 위해 각종 방화벽과 암호로 무장한 시스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천재적인 해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택된 인물은 스탠리 잡슨(휴 잭맨)으로 FBI 하이테크 사이버 감시 시스템 '빅 브라더'를 교란시켰던 이후로 2년간 감옥에서 복역하고 현재는 전자제품가게에 50야드 이내 접근 금지명령을 받은 채 허름한 트레일러를 집으로 살아가는 전직 해커이다. 스티브는 이혼한 알콜중독자 아내와 사는 딸 홀리를 데려오기 위해 가브리엘과 그의 매혹적인 파트너 진저(할 베리)의 제안에 응하게 된다. 그들의 제안은 천만달러의 보상금과 함께 딸과 새출발 할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스워드피쉬' 시스템을 터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스탠리는 이들의 제안 배경에는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흥행결과와는 달리,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하여 트라볼타의 최근작들(혹은 세나의 〈식스티 세컨즈〉)에 보인 반응만큼이나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졸작은 단순히 쓰레기와 정말 불쾌하고 형편없는 쓰레기로 나뉠 수 있는데 〈스워드 피쉬〉는 후자 그룹에 속한다."고 공격했고, USA 투데이의 마이크 클라크는 "심각하게 고려해볼 때, 트라볼타는 자신의 캐리어가 본질을 잃어버렸던 시절인 〈펄프 픽션〉이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스워드피쉬〉의 상영시간인 99분은 이 영화가 얼마나 멍청한 지를 깨닫게 하는데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또, 뉴욕 타임즈의 스티븐 홀든은 "지나치게 소심하게 꾸며진 액션 환타지."로 칭하면서 "너무 멍청하고 모순 투성이인 작품."이라 결론내렸고, CNN 쇼비즈니스의 폴 클린턴은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지 말 것. 만일 그렇게 한다면, 이내 이 영화가 아무 생각없이 만든 작품일 뿐 아니라 어이없고, 비합리적이며 철저한 졸작임을 알게 될 것이다."고 오락성 외에는 무시할 것을 경고했다. 반면 이 영화에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낸 소수의 평론가로서,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기술적으로 잘 포장되어 있고 변화무쌍하게 흥미를 유발한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오웬 글리버맨은 "좋은 영화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무더운 오후를 식히기에는 충분하다."고 오락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스워드피쉬〉의 국내개봉은 7월 7일로 에정되어 있다.

이번 주말 4위로 개봉한 〈에볼루션(Evolution)〉은 일찍이 〈고스트 버스터즈〉 1편과 속편을 연출해 SF 코메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아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같은 장르 최신작이다.

외계로부터 날라와 급속도로 진화하며 지구를 잠식하는 생명체에 맞서 다소 모자란 듯한 지구수비대가 대결을 펼친다는, 〈고스트 버스터즈〉와 〈멘 인 블랙〉 등의 메가 히트 SF 코메디물을 연상시키는 설정을 가진 이 영화의 주연으로는 〈X-파일〉의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한니발〉의 줄리안 무어가 코믹연기에 도전하였고, 〈일곱가지 유혹〉의 올란도 존스, 〈아메리칸 파이〉의 숀 윌리암 스콧이 코믹한 지구수비대에 가세하였다.

생물학계에서 밀려나서 현재는 지방대학인 아리조나 커뮤니티 대학에 근무하는 생물학자인 아이러 케인 박사(데이비드 듀코브니)는 자신이 근무하는 글렌 캐년 마을에 인접한 사막에 추락한 운석을 발견하고 지질학자인 해리 블락 교수(올란도 존스)와 함께 샘플을 채취한다. 블락 교수 역시 연구보다는 맥주마시는 것을 더 좋아하고 여성 발리볼 팀의 코치를 겸하기도 하는 소위 한물간 교수이다. 케인 박사는 채취한 운석 샘플이 단세포 유기체임을 발견하고 경악하는데 더욱 놀라운 점은 분열, 증식을 포함한 진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다. 글렌 캐년 마을 주위는 순식간에 진화체로 뒤덮이는데, 이 속도라면 외계에서 날아온 이 유기체는 지난 2억년 동안 천천히 이루어졌던 지구의 진화를 단 30일로 단축하여 지구 전체를 멸망케 할 수도 있다. 이내 군대가 급파되고 전염병 전문 학자인 앨리슨(줄리안 무어)이 지휘하는 질병제어 센터가 개입되지만 이들 진화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이제 지구의 운명은 케인, 블락, 엘리슨 그리고 소방관 지망생인 풀장 종업원(숀 윌리암 스코트)에게 맡겨진다.

〈에볼루션〉의 미국내 배급은 드림웍스가 담당하였고, 국제 배급권은 소니 산하의 콜롬비아사가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엇갈렸으나 결국 〈스워드피쉬〉와 마찬가지로 혹평쪽이 우세하였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에드워드 구드만은 "평평하고 위태로우며, 무기력하다."고 결론내렸고, 워싱턴 포스트의 디슨 호우는 "〈에볼루션〉은 졸작이다. 얼마나 졸작이냐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빌딩안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이 외부로까지 번지기 전 온도가 몇 도인지 궁금한가? 아니, 그냥 안전을 위해 도망치기만 하면 되지."라고 빈정대었다. 또, 미스터 쇼비즈의 케빈 메이너드는 "〈스폰〉의 속편으로서의 가치도 없는 영화."라고 일축하였기도 하였다. 이와는 달리 이 영화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평론가로서 보스톤 글로브의 제이 카는 "적어도 극장문을 나설 때 관객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지는 않는 무난한 코미디물."이라고 평했고, USA 투데이의 수잔 우슬로지냐는 "변화무쌍하게 재미있는 SF 코미디물."로 치켜세우기도 하였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올여름 흥행시즌의 개막작이었던 〈미이라 2(The Mummy Returns)〉가 470만불의 수입으로 8위를 차지하였고, 중세를 배경으로한 록큰롤 모험물 〈기사 윌리엄(A Knight's Tale)〉이 170만불의 수입으로 9위, 르네 젤위거 주연의 여성 드라마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가 115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다음 주말에는 대단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두 편의 화제작인 파라마운트의 〈툼 레이더(Tomb Raider)〉와 디즈니의 〈아틀란티스(Atlantis, The Lost Empire)〉가, 블록버스터들끼리의 맞대결을 피해오던 올 여름 극장가 분위기와는 달리, 같은 날 개봉으로 정면승부를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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