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감독 자존심 싸움 더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우승의 향방을 가를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 4차전(한국시간 14일)을 앞두고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LA 레이커스가 칼을 갈고 있다.

레이커스 '공룡센터' 섀킬 오닐이 "3차전에서 심판을 속여 나를 퇴장시킨 디켐버 무톰보를 혼내주겠다" 고 벼르자 오닐과 절친한 무톰보는 "한번 해보자" 며 전의를 가다듬고 있다.

싸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치열하다.

세븐티식서스 래리 브라운 감독은 약한 팀을 강팀으로 변모시키는 헝그리형 감독으로 유명하다. 국내 프로야구 김성근 감독 스타일이다. 반면 레이커스 필 잭슨 감독은 로열 패밀리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마이클 조던.섀킬 오닐 등 당대 최고 선수들을 데리고 탄탄대로를 달려 일곱차례나 NBA 챔피언에 올랐다. 김응룡 감독과 비슷하다.

그러나 평생 젖은 자리 한번 밟아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잭슨도 큰 좌절을 경험한 적이 있다. 잭슨은 1981년 뉴저지 네츠에서 코치 수업을 받다가 새로 부임한 브라운에게 해임됐다. 브라운은 자기 사람을 데려다 쓰려고 잭슨을 쫓아냈다. 이후 잭슨은 마이너리그에서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실력을 키워 최고 감독이 됐다.

그리고 2001년 두 감독은 가장 훌륭한 감독으로 추앙받으며 챔피언 결정전이라는 외나무 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브라운은 20년 전 자신이 "실력이 없다" 고 해임한 잭슨을 결승전에서 만나 자존심이 단단히 상한 상태다.

"20년 전 네츠에서 누구를 해임한 적은 있는데 그게 잭슨인지 잘 몰랐다" 며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잭슨은 브라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를 쫓아내면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라고 충고해준 브라운의 충고대로 좋은 감독이 됐다" 고 비아냥거렸다.

잭슨은 '최고 선수만들 데리고 우승하는 반쪽 짜리 감독' 이라는 비난을 듣기 싫다. 잭슨은 선수들이 좋지 않은 뉴저지 네츠 감독을 거절하고 화려한 선수로 구성된 레이커스 감독을 맡은 전력도 있다.

만약 레이커스가 4차전에서 진다면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세븐티식서스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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