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래야 성공!] ② 축구통역 키워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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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골을 먼저 내주고 우리가 동점골을 넣었다.

그러나 다시 골을 내줬다."

한국이 유상철의 헤딩 결승골로 멕시코를 2-1로 꺾은 1일 울산 문수경기장내 기자회견장. `믹스트 존(mixed zone)'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엔리케 메사 멕시코 감독의 소감을 전하는 통역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웃을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1초가 급한 취재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수준 이하'의 통역에 기댈 수 없었던 취재진은 결국 영어를 구사하는 한 멕시코 기자의 도움을 받아 `감독의 말'을 전해듣고 가까스로 송고할 수 있었다.

2002월드컵축구를 1년 앞두고 리허설 성격으로 치러진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지적되고 모두가 인정한 문제가 바로 전문 통역이 없다는 점이었다.

사실 통역에 얽힌 해프닝은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될 만큼 연례적인 행사가 되어왔다.

축구 용어에 대한 상식이 없고 해당 외국어에도 미숙한 통역에 참다못한 기자들이 즉석에서 통역 역할을 가로채거나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나서서 일일이 전달내용을 고쳐주는 등의 해프닝이 컨페드컵에서도 변함이 없었다는 점이다.

축구에 전문성을 갖춘 통역원이 국내에 없는 것은 한마디로 돈 때문. 자격증을 갖춘 동시통역사의 경우 정부나 기업체 국제행사에 투입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데다 임금이 시간당 10만원, 하루에 많게는 80만원이어서 축구협회로서는 이들을 고용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 때문에 협회는 어느 정도 해당 국가의 말을 할 줄 아는 학부생들을 임시 고용하는 등 `땜질식' 처방에 급급해왔기에 전문 통역요원은 전무하다시피했고 이런사정은 컨페드컵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됐다.

특히 스포츠의 경우 전문성이 강조되는 만큼 한번 스포츠 통역에 발을 내디딘 전문가는 결혼해 가정을 꾸린 주부라도 수십년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머지않은 월드컵을 앞두고 지금부터라도 자원봉사 형식의 전문 통역원을 모집해 전문가 교육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는 등의 투자를 해 협회 소속 통역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는 것.

협회 관계자는 "통역은 축구 뿐 아니라 다른 국내 경기단체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전세계 미디어가 한자리에 모이는 내년 월드컵에서 최소한국제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정부 및 산학(産學)간 협조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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