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조종사가 파업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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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http://cwd.go.kr)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의 연대 파업에 대해 '사회 불안' '불법.폭력 시위는 용납 안된다' 는 표현을 써가며 단호히 대처할 것을 장관들에게 지시했다.

이날 오후 국회 건교위는 오장섭(吳長燮)건설교통부 장관을 불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파업 사태의 과정과 대책을 따졌다.

◇ 청와대 국무회의= "유사 이래 혹독한 가뭄으로 전 국민의 가슴이 타고 있는 때에 파업을 한다" 고 개탄한 金대통령은 민주노총을 이렇게 비판했다.

"과거 정권에서 불법 단체로 탄압을 받았으나 국민의 정부는 이 노조를 합법화했고 구속자들을 석방했으며 정치 참여권까지 보장했다. 이같은 권리를 보장받은 노조가 가장 강력하게 비합법적인 투쟁을 하면서 국가 경제와 사회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질서를 잡지 않는다면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고 국내 사업자들도 중국.동남아로 떠나갈 것" 이라고 걱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의 엄정 대처 지시는 파업으로 우리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경제 회생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항공 조종사의 파업에 대해 "고임금 소득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중소기업의 저임금 근로자들은 월급을 깎아 가면서 기업을 살리고 있다" 고 지적했다. 파업 조종사들의 월급이 평균 1천만원에 이른다는 것을 보고받은 金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 '고소득자들 파업' =건교위에서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이윤성(李允盛), 민주당 조한천(趙漢天)의원은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또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며 "예고된 파업이었는데도 안이하게 대처했다. 건교부 국장이 전화 몇통 한 것 외에 무슨 노력을 했느냐" 고 물었다.

민주당 송훈석(宋勳錫)의원은 "월드컵 10개 개최 도시간 통행 수요가 약 1백78만명이나 되는데 내년 이맘 때 또다시 국적 항공사의 파업이 재현되면 백약이 무효" 라며 "항공 분야를 필수 공익 사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 고 촉구했다.

자민련 송광호(宋光浩)의원은 "4백50만 농민이 물과 전쟁하고 있는 마당에 고소득자인 조종사들이 파업을 벌이는 게 납득이 되겠느냐" 며 "노동자들도 정신 차리라" 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확대 간부회의에서 송영길(宋永吉)노동특위장은 "노동운동이 국민과 함께 가느냐, 아니면 1987년 이후 계속된 전투적 노동운동으로 가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고 지적했다.

김진국.김종혁 기자 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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