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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지침 예외규정 건축시장 파문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가 아파트 재건축 관련 지침을 마련하면서 집단 민원의 우려가 많은 예외규정을 두어 재건축시장에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규정은 서울시가 지난 4월 25일 재건축 지침을 발표할 때 덧붙인 경과 조치. 재건축을 추진 중인 조합측과 시공사들은 이 경과조치가 '형평성과 일관성을 잃은 정책' 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몇몇 단지는 소송까지 낼 태세다.

◇ 민원에 밀린 지구단위계획=서울시는 지난해 5월 개정한 도시계획조례에서 공동주택을 재건축할 때 지구단위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지구단위계획은 재건축을 할 때 공원.학교.교통망 등의 계획을 함께 세우도록 하는 것.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재건축으로 인해 도시환경이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수립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고 모호하게 규정해 시행 과정에서 큰 혼선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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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0일 지침을 고쳐 재건축 후 3백가구 이상이 되는 단지에 대해서는 지구단위계획을 '반드시' 세우도록 했다. 적용 기준은 지침 '시행일 이전에 건축심의를 마치지 않은 단지' 로 못박았다.

그러나 일선구청은 구청장협의회를 통해 재건축조합들의 민원이 거세다며 경과조치를 둘 것을 요청했다.

지구단위계획을 세우면 해당 재건축 단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인다. 따라서 재건축 후 용적률이 2백50% 이하로 제한되므로 기존보다 40% 이상 차이가 나고 이 때문에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부담금이 5천만~1억원 가량 늘어난다.

게다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리므로 재건축 추진이 늦어져 조합측이 크게 반발한 것.

결국 서울시는 지난 4월 지구단위계획을 적용받지 않는 기준을 '지난해 12월 20일 이전에 건축심의를 마친 단지' 에서 '건축심의를 신청한 단지' 로 크게 후퇴시켰다.

이에 따라 경과조치에 해당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주공고층 등 50여개 단지가 지구단위계획을 세우지 않고 2백90% 이상의 용적률을 받았다. 사업성이 커져 해당 아파트값은 급등했다.

실제로 대치동 주공 고층의 경우 지난해 12월 14일에 건축심의를 신청하지 않아 서울시의 당초 안(案)대로라면 지구단위계획을 세워야 했다.

12월 20일 이전에 건축심의를 완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이 바뀌는 바람에 기존의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 재건축 단지 집단 반발=아직까지 건축심의를 거치지 않은 다른 재건축조합은 대치 주공고층 사례 등을 들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서울 잠원.청담.서초동 일대의 중층(10~14층)아파트 조합은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데 이어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의 자의적인 경과조치 적용으로 일부 단지만 혜택을 보았다" 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구청의 민원에 밀린 서울시의 경과조치 적용이 향후 재건축시장에 '태풍의 눈' 으로 등장할 것이며 적잖은 혼란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 들어 시공사를 선정한 재건축 단지 가운데 상당수가 새로운 지침을 따르지 않고 과거의 용적률(2백80~2백99%)을 고수할 태세여서 재건축 추진과정에서 서울시.구청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성종수 기자 sjssof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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