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칼 립켄 주니어의 마지막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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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정규시즌을 98승 64패로 마치며 1983년 이후 14년만에 지구우승을 차지하였다. 이는 정규시즌에서 100승을 기록했었던 1980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으며, 칼 립켄 주니어가 꾀꼬리 유니폼을 입고 난 뒤 가장 좋은 성적표였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3년 동안 5할 승률도 채우지 못한 채 지구 4위에 머물고 말았다. 그리고 팬들은 서서히 볼티모어와 립켄 모두를 외면하고 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립켄은 이미 연속경기 출장기록을 포기했으며, 팀의 간판타자였던 앨버트 벨은 부상으로 사실상 은퇴했다.

올 시즌에도 볼티모어의 사정은 다를 바 없다. 8일(한국시간) 현재 볼티모어는 27승 31패를 기록하며,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이어 지구 4위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지난 시즌 립켄이 역사상 24번째로 3천안타와, 아메리칸리그 선수로서는 칼 야츠렘스키에 이어 두 번째로 4백홈런-3천안타를 달성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세인들의 관심사가 되었지만 지금의 사정은 팀의 부진과 함께 그를 잊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립켄은 이런 무관심을 거부하기라도 하듯 자신의 야구인생에 있어 마지막 도전이 될 기록을 향해 뛰고 있다. 현재까지 43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10와 3홈런, 20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성적표는 물론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그가 출장했던 2915경기라는 경기수와 이제까지 쌓아올린 594개의 2루타가 립켄을 위한 마지막 대우가 될 전망이다.

3천경기 출장이 갖는 의미는 그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서 3천경기 이상을 출장했던 선수는 피트 로즈, 칼 야츠렘스키, 행크 에런, 타이 캅, 에디 머레이, 그리고 스탠 뮤지얼의 6명 밖에 없다. 립켄이 아무런 부상없이 올 시즌을 소화할 수 있다면 그는 철인이라는 그의 별명답게 3천경기 출장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립켄은 올 시즌에 기록한 7개의 2루타를 포함, 통산 594개의 2루타를 기록하고 있다. 특별한 부상이 없다면 립켄은 8월 쯤 역사상 12번째로 6백 2루타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스탠 뮤지얼, 칼 야츠렘스키, 행크 에런 등 단 3명만이 가입하고 있는 6백 2루타-4백 홈런 클럽에도 립켄은 이름을 올려 놓게 될 것이다.

기록이란 것에 담겨 있는 의미가 하나만이 될 수는 없듯이 아마도 립켄이 도달하게 될 이 두 가지 기록들은 진정한 슈퍼스타의 도전이란 단지 그 선수 자신만의 업적이라기보다는 모든 야구팬들의 도전으로 평가함이 적당할 지도 모른다. 립켄의 마지막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진정한 메이저리그팬이 되어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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