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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철수 소통방식 이대로 가면 안 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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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4일 광주 5·18 묘역 방문은 비공개 행사였다. 비공개 정도가 아니라 경호원이 취재진의 사진 촬영을 제지하는 일까지 있었다. 비공개였지만 묘역 관리 직원의 제보로 일부 취재진은 뒤늦게 묘역에 도착했다. 그러자 경호원은 안 원장을 향한 카메라를 손으로 막았다. 그러면서도 안 원장 측은 안 원장의 묘역 참배 사진을 찍어뒀다가 행사 뒤 e-메일로 각 언론에 배포했다.

안 원장은 전날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는데 방식이 같았다. 다른 일정도 마찬가지다. 지방 방문이든 외부 강연이든 영화 관람이든 철저히 보안에 부친 채 남몰래 ‘깜짝 행보’를 하곤 언론에 슬며시 흘리고 있다. 일방적이고, 선별적인 방식이다. 충남 홍성 방문 이후엔 기사문에 가까운 보도자료를 내놨다. 자료에서 안 원장은 “진정한 공동체는 조금 속도가 더디더라도 (구성원들이)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소통’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정당 지원을 받는 여야 대선 주자의 행보는 예측 가능 범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다른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선 기성 정치인의 뻔한 유세와 차이가 있어 신선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따져 봐야 할 대목은 안 원장이 알리는 건 ‘지나간 일정’이란 사실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한 뒤 지나 버린 일정을 통보하는 건 ‘정보 통제’이자 ‘일방통행’이란 지적을 받을 만하다. 안 원장이 방문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언론은 안 원장 측이 제공한 정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현직 대통령의 행보도 이 정도로 비밀스럽게 ‘관리’되지 않는다.

안 원장 측은 비공개 행보에 대해 “출마 여부를 결심하기 전에 차분하게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5·18 묘역 방문에 대해선 “안 원장이 오래전부터 방문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혼자서 조용하게 다녀오고 싶어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사후에 사진을 왜 언론에 배포했는지 묻게 된다. 언론과 국민은 실언까지 포함한 안 원장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말실수 같은 꼬투리를 잡자는 게 아니다. 안 원장의 사상과 철학, 정책·비전 등을 생생하게 날것 그대로 만나보고 접하는 과정에서 장단점이 자연스레 평가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안 원장은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 모호한 선문답으로 둘러대거나 함구하는 신비주의를 1년째 이어오고 있어 더욱 그렇다.

안 원장은 젊은이들과 소통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런 식의 비공개 행보는 안 원장 본인이나 유권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편에서 기회주의라고 비난하면 어쩔 것인가. 안 원장은 자기 위주의 소통과 ‘낯가림’을 벗어나야 한다. 그게 안 원장에게 쏟아지는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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