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담배회사에 30억弗 피해보상 평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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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법원의 배심원단은 6일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에 대해 평생 흡연으로 폐암에 걸린 리처드 뵈켄(56)에게 30여억 달러를 보상하라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이날 평결에서 뵈켄씨가 폐암에 걸린 것은 필립 모리스에 책임이 있다며 사기, 부주의, 제품 결함 등 6개 죄목을 적용, 뵈켄씨에게 처벌적 손해배상 30억 달러와 보상적 손해배상 55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배심원 데니스 키는 "우리는 필립 모리스가 책임감있는 기업으로서 제품에 담배를 피우면 죽을 수도 있음을 명시하기를 바란다"며 "이 정도 배상금이면 필립 모리스가 경각심을 갖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뵈켄씨는 13세이던 1957년 흡연을 시작해 40년 간 하루 2갑의 말보로를 피웠으며 1999년 폐암 진단을 받고 암이 림프절과 등, 뇌 등으로 번지자 필립 모리스를 상대로 처벌적 손해배상 1억-100억 달러, 의료비, 소득 손실 등 보상적 손해배상 1천2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필립 모리스의 변호사인 모리스 라이터는 "평결에 매우 실망했으며 항소할 것"이라며 "필립 모리스는 인기없는 회사이고 위험한 제품을 만들지만 이번 평결을 뒷받침할 증거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뵈켄의 변호사 마이클 피아즈는 그러나 평결에 만족감을 표하며 "필립 모리스는 50년 동안 거짓말을 일삼다가 이제 와서 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비난했다.

피아즈는 "뵈켄은 마약과 알코올은 끊었으나 수차례 금연 시도에도 담배를 끊지 못했다"며 "그는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심각한 위험을 감추고 `멋진' 것으로 수십년간 선전해온 담배회사 판촉활동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립 모리스측 변호사들은 흡연이 뵈켄씨의 질병을 유발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담배의 위험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고 스스로 흡연을 선택했다고 맞섰다.

지금까지 흡연피해 배상액으로는 오리건주 배심원단이 1999년 필립 모리스에 제시 윌리엄스 가족에게 처벌적, 보상적 피해배상 8천3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 최고액이었다.

이번 판결은 뉴욕 브룩클린법원 배심원단이 지난 4일 필립 모리스 등 담배회사들에 대해 흡연환자 치료비용 지급으로 인한 손해 배상으로 미국 엠파이어 블루크로스 블루 실드 보험회사에 2천96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평결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담배회사들의 큰 패배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흡연 피해자들의 피해보상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담배회사들의 재산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번 평결이 나온 후 필립 모리스의 주가는 장중 83센트가 하락해 50달러로 마감됐으며 마감 후 거래에서는 다시 1.75달러가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다.(로스앤젤레스 AP.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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