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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폭행’ 노조, 나랏돈으로 기능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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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청량초등학교 용암분교에 자리 잡은 울산플랜트건설기능학원 전경. 이 학교는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가 2008년 설립했다. [김윤호 기자]

출근길 근로자를 집단폭행한 울산의 복면 괴한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산하 플랜트건설노조가 기능학교를 운영하며 정부지원금을 타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집단폭행에 가담한 혐의로 13일 오전 경찰에 체포된 플랜트노조 울산지부장 이모(43)씨가 교장을 맡은 것으로 지난해 울산북구청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기재돼 있다. 학교 측은 이씨가 지금까지도 계속 교장을 맡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플랜트건설노조는 울주군 용암분교 교사를 연간 950만원에 임대해 기능학교로 사용 중이다. 13일 오전 이곳을 찾았을 때 학교 본관 건물 2층 옥상에는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의 심벌마크가 부착돼 있었다. 본관 건물 가운데 일부는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사무실이다.

 본관과 별도로 실습실 팻말이 붙은 330㎡짜리 컨테이너형 건물과 137㎡짜리 사무실이 따로 있다. 실습실에는 쇠파이프와 배관, 용접작업대 등이 보였다. 사무실에 놓인 의자에는 ‘투쟁’이라고 쓰인 붉은색 조끼가 걸려 있었다.

 이 학교는 현재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강생들은 무료로 기술을 배운다. 2008년과 2009년, 2010년까지는 노·사·정이 공동으로 설립한 노사발전재단으로부터 연간 2억여원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했다. 지난해와 올해엔 고용노동부의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선정돼 연간 예산 1억846만원을 받아냈다. 노조는 울산동구청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고용부에 사업신청을 해 승인을 받았다. 2007년 교육청의 설립 허가를 받은 이 학교는 이듬해 울산시 남구 야음동에서 문을 연 뒤 2010년부터 현재의 장소로 옮겼다. 지금까지 모두 474명의 수료생이 배출됐다.

 수업은 용접 및 배관기술 두 개 과목으로 구성되며 3개월 과정으로 짜인 프로그램에 의해 운영된다. 주간반과 야간반이 있으며 수강생은 100여 명이다. 강사는 플랜트 기술을 가진 민주노총 노조원 두 명이 맡는다. 학교 관계자는 “3개월 단위로 1년에 네 차례 수료생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노조원인 이 학원 강사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이 플랜트 기술을 배워 건설현장에 취업한다”며 “따로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 30대 수강생은 “학교를 수료하는 상당수 수강생은 민주노총 플랜트 노조원으로 가입한다”며 “건설현장에 취업하니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조 운동과 관련한 수업도 진행되느냐는 질문에 한 관계자는 “수업은 실습 위주이며 가끔 교실에서도 강의를 하긴 하는데 내용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엄밀히 따지면 학원으로 분류된다. 2007년 울산 강남교육청은 기술학원으로 설립허가를 내 줬다. 학원으로 설립허가를 받으면 학교라고 표기할 수 없게 돼 있는 규정을 어긴 셈이다. 학원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이런 사실이 교육청에 적발돼 세 차례 경고를 받은 뒤에도 고쳐지지 않을 경우엔 교육청이 학원 운영을 중지시킬 수 있다.

 한남배 울산시교육청 주무관은 “학원으로 사용한다고 임대한 본관 건물을 노조 사무실로 쓰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면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기능학교에서 기술교육도 이뤄지지만 민주노총 노조원이 모여 쉬고 회의하는 쉼터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울산플랜트건설기능학교는

▶위치: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옛 청량초등학교 용암분교 자리(3954㎡)
▶ 설립 시기: 2008년
▶설립 기관: 민주노총 전국건설플랜트노동조합
▶ 연간 교육생: 100여 명
▶ 수업내용: 용접?배관 이론과 실습
▶ 연간 정부지원금: 1억∼2억원

자료 = 울산시교육청, 울산플랜트건설기능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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