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새건물 환경조형물 이권 다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공항에 예술조형물은 언제 들여놓는가"

화랑가는 요즘 심각한 불황을 겪고있다. 그 '숨통' 이 신축 건물의 환경조형물이다.

'문화예술진흥법' 에 따르면 면적 1만㎡가 넘는 신축건물은 건축비의 1%를 환경조형물에 지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삭막한 거리를 없애겠다는 발상에서다. 뜻도 좋고, 행정적 규제다 보니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는 제도다.

호텔.콘도미니엄 등 새로 짓는 집들은 당연히 이 법을 따라야되고, 대형 업체들은 이 제도가 고마울 수 밖에 없다. 이러니 인천공항 개항는 엄청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난 3월 개관한 공항은 여객 터미널 면적이 35만여㎡에, 하루 이용객이 5만여명에 이르는데도 미술품은 한점도 없다.

공항측은 "예술조형물을 들여놓을 계획이 전혀 없다" 고 밝히고 있다.

공항 공보팀은 4일 "내부는 여객이 붐벼 오히려 불편하고 야외에도 마땅히 놓을 자리가 없다. 터미널 건물 자체가 예술적으로 설계돼 별도의 예술품이 필요없다. 누가 기증한다면 모를까 예산도 없다. " 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이권 다툼을 피하기 위해서라는게 정설이다. 한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선정한다는 말이 나돌면 다른 업체들이 들고일어나 갖은 수단으로 방해한다. 경쟁과 알력이 너무 심하다. 정치권 등을 동원한 로비도 만만치 않고. " 라고 설명했다.

공항측이 최근 백남준씨의 비디오 작품을 설치하려다 결국 보류한 것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 는 말이 실감나는 형국이다.

선정기준을 미리 밝히고 공모.공개심사를 한다해도 말썽을 피할 자신이 없는 나라가 오늘의 대한민국인 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