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세이] 온라인 기업들이여 오프라인 근성 배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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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 동안 오프라인 기업에서 출판.교육 분야의 일을 하다 지난해에 인터넷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오프라인 기업에서 느끼지 못했던 활력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어 날마다 배우는 자세로 기쁘게 일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오프라인 기업에는 있지만 온라인 기업에는 없어 아쉬운 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 고객을 알고자 하는 치열함이다. 온라인 기업은 고객의 반응을 즉각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고객의 뜻을 제품과 서비스에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오프라인 기업보다 훨씬 고객밀착 경영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정성을 다하려는 치열함이 부족하다.

'고객들은 변덕스러워 맞추기가 어렵다' 면서 어렵게 잡은 고객을 쉽게 보내는 일이 잦은데, 문제는 고객의 변덕스러움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고객을 이해하고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데 있다.

둘째,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올려야 한다. 온라인의 특성은 업그레이드가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때문에 잘못된 내용이나 프로그램의 오류가 있으면 이른 시간 안에 수정.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을 믿고 불완전한 콘텐츠나 프로그램을 너무 쉽게 웹에 올리면 곤란하다.

예를 들어 책이 출간되면 재판을 찍기 전에는 내용을 수정할 수 없으므로 마지막까지 잘못된 부분이 없도록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처럼 제품이 내 손을 떠나면 다시 고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끝까지 콘텐츠를 다듬고 또 다듬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평생 직장의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 온라인 분야에서는 이직이 흔하다. 온라인 기업의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직장을 옮기는 것이 경력 관리에 유리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잦은 이직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 기업은 특성상 직원 모두가 핵심역량이라 할 수 있다. 핵심역량의 이직이 심하면 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이 어려워지고, 상품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고객서비스의 불완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

넷째, 일의 집행은 좀더 조직적.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온라인 기업의 장점 중 하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그런데 가끔 의사결정의 민주성이 집행 과정까지 연장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곤란하다. 일단 합의를 하면 집행과 실천에서는 오프라인 기업처럼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춰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다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하다. 온라인 기업에서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투자가 많아 오프라인 기업보다 가치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경영자의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프라인 기업에서 하듯 객관적 자료에 바탕을 두고 투자 효과를 측정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김준희 ㈜에듀빅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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