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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중앙일보 MY LIFE가 함께 하는 ‘똑똑한 주부의 주방 다이어트 캠페인’ ② 도시농부 이현수·김연희 부부

중앙일보

입력

이현수씨와 아내 김연희씨가 커피찌꺼기에 버섯균을 뿌리고 있다. 부부는 “생활 속 과학이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걸 일깨워 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현수(36)씨와 아내 김연희(37)씨는 도시농부다. 부부가 농업을 시작한 계기는 ‘커피’에 있다. 커피 없이는 못사는 아내의 뒤치다꺼리를 하던 이씨가 버려지는 커피찌꺼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전국의 커피전문점 점포 수는 지난해 1만여 개를 넘어섰다. 매년 버려지는 커피찌꺼기는 대략 7만 톤이다. 커피찌꺼기는 흙에 매립되며, 이때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부부는 ‘지구를 위한 커피찌꺼기를 활용법’을 고민했다.

아이디어를 준 것은 군터 파울리가 쓴 ‘블루이코노미’란 책이었다. 파울리에 의하면 버려지는 커피찌꺼기로 버섯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찌꺼기를 땅에 매립하면 동식물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만 버섯을 기르고 난 후에는 퇴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균류’에 속하는 버섯이 카페인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커피찌꺼기라는 쓰레기가 자원이 된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현재 도시의 소비의 정점에는 커피가 있다. 그 쓰레기로 버섯을 키우고 분해된 찌꺼기는 양질의 퇴비가 된다니, 도시 안에서 농업의 순환 모델을 보일 수 있는 일이었다.

성공사례도 찾아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친환경사회적기업이다. 버클리 대학원을 나온 청년들이 만든 회사로 3년 전부터 커피찌꺼기로 느타리버섯을 키워 왔다. 부부는 버섯 재배를 배우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씨는 “아무래도 영업 비밀이었던 모양”이라 말하며 웃었다.

거절에 좌절할 만큼 부부는 소심하지 않았다. 여주의 한 버섯농가에서 교육을 받고, 자문을 구할 전문가도 찾아 다녔다. 그런데 모두 하나 같이 고개를 저었다. ‘생산성이 맞지 않다’거나 ‘경제성이 없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생산성이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국내 버섯농가는 인도네시아나 중국에서 톱밥과 면실피(목화 열매 껍데기)같은 농업부산물을 수입해 배지(버섯을 배양하는 땅)로 쓴다. 워낙 대량으로 값이 싸게 들어와 커피찌꺼기 수거 비용보다 저렴하다. 알만한 전문가들이 모두 고개를 저은 이유다.어쩐지 오기가 생겼다. 이씨는 스스로 과학자가 되기로 했다. 방 한구석에 버섯배양을 위한 선반을 만들고 플라스틱 통에 커피찌꺼기를 넣어 실험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의 일이었다. 3개월 가깝게 200개의 실험을 했다. 곰팡이가 나 좌절도 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예쁜 버섯을 키워냈다.

가능성을 본 이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연구소 겸 공장인 ‘꼬마농부(고양시 덕양구)’를 차리고 스스로를 ‘인디 과학자’라 칭했다. 다행히 부부의 뜻에 공감해 투자를 해주는 곳도 생겼다. 또 고양시 예비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고 환경부에서도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씨가 농부라면 김씨는 기획자다. 꼬마농부에서 만든 버섯은 ‘지구를 구하는 버섯친구’라는 이름의 버섯 재배 키트로 포장된다. 1개월간 배양시킨 버섯균이 고루 퍼진 균사체(균이 퍼져 하얗게 된 배지)로, 800g짜리 1개당 9000원에 판매된다. 키트로 키운 느타리버섯의 양은 80~100g 정도. 100g이면 시장에서 1000원에 팔린다. 당연히 경제성이 없다. 아이들이 직접 버섯을 길러보는 ‘체험’에 목적을 뒀다. 실제로 수원시평생학습관이나 과천 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키트를 단체 구매했고 CBS와 서울진로직업 박람회 등에서 강연을 했다.

교육용 단행본도 제작 중이다. 커피찌꺼기로 버섯을 만드는 과정, 엄마와 함께 만드는 버섯 요리법이 담길 예정이다. 모두 아내 김씨의 기획이다. 또 가정에서 커피찌꺼기를 가지고 직접 버섯을 배양하는 동영상도 리뉴얼 할 홈페이지에 올릴 계획이다.

키트의 두 번째 목적은 아이들의 과학적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이 커피찌꺼기로 키운 버섯을 보고 또 다른 영감을 받았으면 한다.

인디과학자의 연구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6월까지는 100% 커피찌꺼기로 배양을 했지만 지금은 면실피와 사탕수수껍데기를 섞고 있다. 아이들이 방법을 몰라 버섯을 잘 키우지 못하거나 환경변화에 민감한 버섯이 죽어버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교육이 목적인 키트다보니 버섯이 죽어 아이들이 실패감만 맛본다면 그것대로 낭패”라며 “버섯 배양의 핵심인 탄질율(탄소와 질소의 혼합비)을 맞추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TIP 환경부가 제안하는 알뜰 살림법

1. 사과껍질로 만든 천연방향제

말린 사과껍질을 지퍼팩이나 페트병에 넣어 부엌이나 욕실, 장롱 속 방향제로 활용한다. 또 설탕 같은 분말 조미료가 굳었을 때도 쓸모있다. 굳은 조미료에 껍질을 넣고 밀봉한 뒤 하루 정도 두면 내용물이 부드러워진다.

2. 바나나껍질로 가죽 광내기

천연가죽으로 된 갈색과 검정색의 핸드백, 신발, 의류 등을 바나나껍질로 문지른 다음 깨끗한 천으로 닦아주면 가죽의 광택이 살아나고 오래간다.

3. 다방면에 활용되는 귤껍질

생선요리를 한 냄비에 귤껍질 물을 넣고 끓이면 비린내가 감쪽같이 없어진다. 또 바싹 말린 귤껍질을 물과 함께 끓인 뒤 세탁한 흰옷을 5~10분 정도 담갔다가 꺼내 헹구면 누렇던 옷이 새 것처럼 하얘진다. 일반 표백제와 달리 옷감 상할 염려가 없고 피부에도 해롭지 않다.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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