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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데이트레이더' 프로직업으로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하 PC방에서 은밀히 번져온 데이트레이더들이 양지로 몰려 나오고 있다. '머니 게임' 을 조장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데이트레이딩 전문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공개 강좌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들은 "정보화에 따른 새로운 증권공학이 바로 데이트레이딩" 이라고 주장한다.

"몇년을 배워도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달 만에 앞바퀴를 들고 타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예요. 개인의 노력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입니다. "

31일 오후 서울 남산 옆의 나눔트레이드 강의실. 증권시장에서 뼈가 굵은 박병창(33)사장이 20여명의 수강생들에게 데이트레이딩 기법을 강의하고 있다.

바로 옆의 실전 투자실에는 간편한 복장의 20~30대 10여명이 최첨단 기종(펜티엄Ⅲ 866㎒)의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주식거래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증시가 열리는 하루 6시간 동안 수십회 이상 주식을 사고 판다.

저가주는 1백원만 오르면 미련없이 팔고, 몇 분 동안 2~3%의 시세차익을 노린다. 한 청년은 "티끌 모아 태산이 데이트레이더의 기본원칙" 이라며 "작업에 방해되니 말을 시키지 말라" 며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31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에서 데이트레이딩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돌고 있다.

데이트레이더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코스닥 시장이나 거래소의 저가 대형주는 데이트레이딩 비중이 80%에 이르는 상황이다.

재정경제부가 기승을 부리는 데이트레이딩을 줄이기 위해 주식 매매 주문마다 수수료를 매기겠다고 밝혔지만 데이트레이더의 숫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고 있다.

증권업계는 외환위기 이후 인터넷의 확산으로 국내 데이트레이더가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기업화〓나눔트레이드닷컴과 AX트레이드.아이데이스탁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설립한 나눔트레이드에는 박병창 사장 등 19명의 직업적인 데이트레이더가 활동하고 시내에 별도로 1백50석 규모의 데이트레이딩 센터를 차려 놓았다.

이들은 증시가 열리면 데이트레이딩을 해 수익을 올리고 장이 끝나면 강사로 변한다. 한달 수강료가 3백만원에 이르지만 그동안 이 회사가 배출한 데이트레이더는 1백50명을 넘는다.

시황 중계와 유망종목 소개는 물론 6월부터 인터넷 오디오 방송을 할 예정이어서 소규모 증권회사나 다름없는 셈이다.

朴사장은 "우리는 과학적 투자를 할 뿐" 이라며 "투기적 거래는 철저히 배제한다" 고 주장했다.

◇ 전문화〓데이트레이더들은 자신을 '프로트레이더' 라고 부른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와의 싸움에서 개인들은 자금이나 정보.분석력 등에서 뒤지기 때문에 똑같은 방법으로 투자를 해선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끊임없이 종목을 연구하고 차트를 분석하는 독특한 주식거래 기법을 개발해 데이트레이딩 이론서까지 출간하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색다르다. 증권사들에서 분석해 내놓은 주봉.월봉.일봉 따위의 그래프가 아니라 초 단위로 구성되는 퀵차트와 1분봉.3분봉.5분봉 등이 승부를 가른다.

한 단기 매매 전문가는 "정보.분석은 포기하는 대신 외국인이나 큰 손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한발 먼저 들어가고 한발 먼저 빠져나오는 것이 우리의 투자전략" 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미국 나스닥 시장의 직거래가 허용될 것이라는 소문에 따라 직원들을 외국 증권사에 내보내 연수시키는 데이트레이딩 업체도 있다.

◇ 순기능과 역기능〓데이트레이더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빈번한 거래로 시장을 교란해 주가 상승을 막는다' 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통해 매매를 활성화한다' 는 반론도 많다.

최근에는 데이트레이더들이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작전 세력을 적발해내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 왜곡의 가능성이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증권연구원 송치승 연구위원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번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를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은 곤란하다" 며 "그러나 사회 전체로 보면 데이트레이딩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아닌 만큼 너무 많은 사람이 매달리는 것은 잘못" 이라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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