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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진화하는 파주출판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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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이 모여 있는 파주출판도시가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14년까지 서점 100개가 들어 선 책방거리가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은 살림출판사가 운영하는 앨리스하우스 건물 둘레를 도는 전기 미니 기차. [김도훈 기자]

지난 주말 주부 김성은씨(34·서울 성산동)는 남편과 함께 유치원생, 초등 1년생 자녀를 데리고 경기도 파주출판도시를 찾았다. 평소 가족 나들이로 파주 헤이리와 패션 아울렛을 가본 적이 있지만 출판도시는 처음이었다. 차를 타고 출판도시를 지나치며 ‘저 곳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하다가 인터넷에 오른 다른 주부들의 소감을 보고 찾아나선 길이었다.

 김씨는 결과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했다. “구석구석에 서점이 많아 놀랐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도 값싸게 사고, 한길사 서점과 미술관(미메미스 아트 뮤지엄·열린책들) 건물도 인상적이었고요.” 김씨는 “가족들이 즐겨 찾을 공간이 하나 더 늘었다”라며 웃었다.

 요즘 인터넷에 ‘파주출판도시’를 입력하면 방문객들의 다양한 소감이 줄을 잇는다. “왕복 12시간 버스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비룡소, 김영사 서점도 들르고 저렴한 가격에 책도 샀습니다.” (아이디 m***) “딸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려고 갔는데 오히려 제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 (아이디 앨*) “하나하나 특이한 건물을 모아놓으니 정말 운치 있습니다.” (아이디 p**man)

 파주출반도시가 변신 중이다. 2003년 12월 첫 조성 당시 출판사 직원들 사이에 ‘멀고, 춥고, 황량하다’고 해서 줄곧 ‘시베리아’라고 불렸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각 출판사들이 지하, 혹은 1층에 문을 연 42개의 책방과 북카페, 미술관과 어린이 극장을 갖추고 가족 단위 방문객과 20~30대 커플을 끌어들이고 있다.

1 출판사 열린책들이 마련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평일에만 운영).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시자가 설계했다. 현재 김중만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2 안그라픽스·동녘·효형 출판 등이 자리잡고 있는 회동길 풍경. 출판사 건물은 국내외 저명 건축가들이 설계했다. 3 한길사 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점.

 ◆지방에서도 찾아온다=6일 정오. 출판도시 내 광인사길에서 주부 이현정씨(44·전남 화순)를 만났다. 이씨는 “파주가 고향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을 찾을 때마다 출판도시를 찾는다”며 “처음에는 막상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건물 외관만 보고 돌아간 적도 있다. 그런데 여러 차례 오다 보니 단골 서점도 꽤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곳은 광인사길 초입에 있는 앨리스하우스. 1층에 서점, 2층에 북카페가 있다. 어린이 암벽교실과 목공교실(3층) 등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출판사 건물을 둘러싸고 순환하는 미니 전기기차도 인기다.

 이곳 운영을 맡고 있는 살림출판사 김광숙 상무는 “지난해 열린 북소리 축제와 지난 5월에 열린 어린이날 행사를 계기로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며 “지방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책이 있는 놀이공간=파주출판도시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아동 서적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서점들이다. 해당 출판사에서 만드는 책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중보다 싼 가격(구간 30%, 신간 10% 정도 할인)에 책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보림책방 봄(보림출판사), 보리책놀이터(보리), 까멜레옹(민음사), 행복한마음(김영사) 등이 대표적이다. 어린이 대상의 음악회, 작곡놀이, UCC놀이 등 프로그램이 다채로운 곳으로는 책향기가 나는집(사계절)이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1일부터 그림책 『커졌다!』의 원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하는 헌책방 ‘보물섬’(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층), 여원미디어가 운영하는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탄탄스토리하우스도 필수 코스로 꼽힌다. 어린이 연극을 상연하는 이곳에는 평일에도 유치원 단체관람(견학)이 잇따르고 있다.

출판도시 안내센터.

 ◆100 책방거리 프로젝트=한길사와 열화당·효형출판 등 인문서적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서점과 북카페 공간, 과거 납활자와 활판을 이용한 인쇄 공정의 흔적을 보여주는 활판공방, 중고서점 ‘문발리헌책방골목’도 들러볼 만하다. 미술·사진 서적을 주로 내는 열화당 ‘도서관+책방’(031-955-7000)은 예약한 사람에게만 개방하지만 이기웅 대표가 수집해온 진귀한 서적을 구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출판도시는 거리 자체가 대규모 건축공원이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개별 출판사 사옥을 국내외 저명 건축가들이 설계했다. 최근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미메시스 아트뮤지엄(평일에만 오픈)은 건물과 조경이 하나가 된 ‘작품’으로 소문났다. 놓치면 후회할 명소로 손꼽힌다.

 특히 지난해부터 파주시와 출판도시가 본격 추진해온 ‘100 책방거리 만들기’가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출판도시 안에 총 100개의 서점을 만들어 세계 제일의 책방거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모두 42군데가 문을 열었다. 2014년 말까지 100개를 채울 계획이다.

 책방거리 조성사업위원장 송영만 대표(효형출판)는 “책을 화두로 한 어마어마한 콘텐트가 있는데도 지금까지 이곳은 사람들과 단절된 ‘책 공장단지’로만 알려졌다. 사람이 없으니 모여 있는 건축물도 각기 떨어진 섬 같았다”며 “각 출판사가 갖고 있는 문화·예술 콘텐트를 활용해 명실상부한 문화예술단지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고, 방문객들을 위한 정보안내센터를 설치하고, 벤치를 늘려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출판도시 주변에는 아울렛과 6.8㎞에 이르는 심학산 둘레길 등 다른 볼거리도 많다. 15일부터 열리는 ‘파주 북소리 축제’를 계기로 사람들에게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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