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현대차 작년 R&D 투자 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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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제너럴 모터스(GM)는 경쟁관계 이외의 다른 인연은 없는 사이다.

1980년대 대우자동차가 GM과 합작했을 때는 국내시장에서 서로 경쟁자였고, 이제 GM이 대우차를 인수하게 되면 다시 내수시장을 놓고 맞붙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상대라지만 GM과 현대차는 덩치나 내용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생산규모 면에서 비교해 보면, GM은 연간 8백만대 이상의 차를 만들고 있지만 현대차의 생산 대수는 기아차를 포함해도 2백50만대 미만이다.

신개념의 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막대한 기술개발비를 뒷받침하고 '규모의 경제' 를 누리려면 4백만대 이상의 생산규모가 필요하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비춰보면 현대차가 불리하다.

하지만 현재 상태의 원가경쟁력 면에서는 현대차가 우위에 있다. 현대차의 이대창 이사는 "현대차는 가격 대비 품질.상품력에서 GM보다 낫다" 고 주장한다.

GM의 지난해 연구개발투자비는 약 1백억달러로, 원화로는 12조6천억원(2000년 말 환율 기준)에 달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조원으로 GM의 8%에도 미치지 못한다. GM은 이미 전기자동차를 시판했고 연료전지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술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위험도 크기 때문에 자체 개발이 어려우면 기술을 사다 쓰는 전략도 택할 수 있다" 고 말한다. 기술이나 원가문제를 제외하면 GM의 강점은 국제화에 있다. 경기.환율 변동에 대응하고 수출국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팔려면 특히 필요한 것이 국제화다.

GM은 20년대부터 국제화에 나서 유럽(독일의 오펠, 영국의 복스홀, 스웨덴의 사브, 이탈리아의 피아트) 및 호주(홀덴), 일본(이스즈.스즈키.후지) 등에 자회사나 제휴업체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향후 차 수요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태국에 진출했다.

반면 현대차는 90년대 중반 이후 인도.터키.중국 등의 개도국에 생산거점을 구축했으나 선진국에는 아직 거점이 없고, 생산 뿐 아니라 개발까지 현지화된 거점은 없다.

현대차의 李이사는 GM의 최대 경쟁력을 이 글로벌 네트워크로 꼽았다. 李이사는 "GM은 전세계에 뻗어 있는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며 "인수.합병으로 성장해온 역사 때문인지 제휴를 한 외국 업체들의 문화와 장점을 포용하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고 지적했다.

자동차의 디지털.인터넷화에도 GM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GM은 99년 e-GM 사업부를 설립, 차의 개발.생산.판매에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놓았다.

96년부터 출시한 자동차용 통신서비스인 '온스타(Onstar)' 는 현재 1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차 부품의 인터넷 구매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도 인터넷 판매 사이트를 갖고 있으나 차량 내 통신.인터넷 서비스는 아직 시범단계에 머물고 있다.

◇ 다음 회는 10대 업종 가운데 네번째로 섬유 산업을 다룹니다. 국내 섬유산업의 실태와 육성방안, 디자인으로 세계를 제패한 이탈리아 베네통사 벤치마킹을 두차례로 나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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