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가인이는 듣지 못합니다 그런데 노래를 불렀습니다 세상엔 마는 소리 이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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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난청을 극복하고 있는 최가인양이 5일 부모와 함께 노래 두 곡을 합창했다. [안성식 기자]

“세상엔 마는(많은) 소리 이떠요(있어요). 마음 열고 들어 보세요오~.”

 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은명대강당에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천적으로 잘 듣지 못했던 아이, 최가인(5)양과 최양의 부모가 함께 부르는 ‘마음으로 듣는 소리’라는 제목의 노래였다. 가인이의 발음은 정확하지는 않았다. 2009년 12월 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수술을 받고 재활치료 중이기 때문이다. 목소리만큼은 크고 낭랑해서 엄마·아빠의 노랫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사~랑, 기~쁨, 행~복, 희망의 소리, 우리 모두 들어~요”에 이어지는 마지막 가사 “함~께~해” 이 대목에서 가인이는 목소리에 한껏 힘을 주다가 박자가 먼저 나갔다. 청중석에서는 웃음과 함께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연세의료원과 KT는 세브란스병원 안·이비인후과병원에 세브란스-KT 청각재활센터를 개소했다. 인공와우 수술 등을 받은 청각장애 아동이 한곳에서 효율적으로 재활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언어치료·청각검사·난청진료실 등을 센터 안에 갖췄다. 특히 KT꿈품교실을 별도로 마련해 요리·마술·웅변·영어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교육한다. 시설을 갖추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KT가 5억원을 내놨고, 매해 1억원을 지원한다. 매년 1000명의 청각장애 아동이 등록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센터에는 KT의 IT기술을 이용한 원격진료실도 갖춘다. 올해 안에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23개의 KT지사에 꿈품교실을 마련해 인공와우 조절과 언어치료 등 원격진료를 할 계획이다.

 세브란스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는 “그동안 건강보험이 되는 인공와우 수술비(1회 200만원)보다 3~4년이 걸리는 재활치료비(4년 기준 약 2000만원)가 더 많이 들어 재활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대부분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인이도 이번에 마련된 청각재활센터를 이용하게 된다. 이날 개소식 공연을 위해 지난 7월부터 연세대 작곡과 출신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노래 지도를 받았다. ‘마음으로 듣는 소리’를 작곡하고 노래를 지도한 김희경(26·이화여대 음악치료학과 석사과정)씨는 “가사 대신 ‘아아’로만 음을 먼저 익히게 하고, 발음은 나중에 입 모양을 보여주며 따로 가르쳤다”며 “또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잘 따라 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노래 훈련은 소리의 크기뿐 아니라 음의 높낮이 등을 인식하게 해주고, 잘 못 듣는 소리를 확인해 인공와우를 맞게 조절해줄 수 있어 효과적인 재활치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가인이는 24개월 무렵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난청 사실을 알았다. 2009년 말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지금은 텔레비전 아동 프로그램을 보며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율동도 곧잘 따라 한다. 어머니 류혜희(37)씨는 “잘 듣지 못할 때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발랄한 개구쟁이로 변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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