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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채권 쓸어담는 ‘바이킹 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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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상식 퀴즈 하나. 올해 한국 채권을 가장 많이 산 나라는 어디일까. 미국? 중국? 일본? 아니다. 정답은 노르웨이다.

 북유럽의 복지 선진국 노르웨이가 한국 채권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올 들어 한국 채권 2조7460억원어치나 사들여 올해 채권 순투자국 1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노르웨이의 채권 투자는 총 19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 한국 채권을 대거 사들이면서 총 투자금액도 9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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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가 한국 채권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는 우선 넘쳐나는 ‘오일머니’가 꼽힌다. 노르웨이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를 제외하곤 산유랑이 가장 많은 나라다. 하루에 석유 163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5위 석유수출국이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나랏돈이 불어나면서 적극적으로 해외 채권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자국 통화인 ‘크로네’가 강세를 보이는 이 나라가 한국 채권을 사들이는 또 다른 이유다. 유럽연합(EU) 비(非)회원국인 노르웨이는 휘청거리는 유로존과 달리 올해 경제성장률이 3.6%로 예상될 정도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투기자금이 유로화를 팔고 크로네를 사들이면서 통화가치가 크게 올랐고, 노르웨이는 외환보유액 관리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시그브웨른 요한센 노르웨이 재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보유한 오일머니의 지출을 늘림으로써 크로네 가치 상승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센터 김윤경 연구위원은 “늘어난 외환보유액을 신흥국 채권, 그중에서도 한국 시장이 괜찮다고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미국·일본 등에 비해 금리가 높은 데다, 국가 재정건전성도 양호해 원화 채권은 외국인에게 투자하기 좋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원화가치가 향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한국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세계 투자시장에서는 ‘큰손’이다. 대표적인 게 국부펀드인 ‘글로벌연금펀드’(GPFG)다. 노르웨이은행 투자관리청(NBIM)에서 국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1990년에 만들었다. GPFG의 자산은 약 6000억 달러로 아랍에미리트의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과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투자를 늘린 주인공도 바로 GPFG다. GPFG는 2분기 운용보고서에서 “한국과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냈으며, 미국과 중국에서의 성과가 가장 저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르웨이 자금 유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채권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5년 이상 장기 국공채 위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각종 사건에 따라 치고 빠지는 단기 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 채권에 대한 ‘러브콜’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PFG는 올해부터 채권과 주식 부문에서 각각 60%·50%를 차지하는 유럽 비중을 40%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등 신흥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FT는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 강성부 채권팀장은 “노르웨이는 신용등급 ‘AAA’의 우량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보수적 장기투자자로 평가받는다”며 “국내 채권시장의 대외 신인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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