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투자 위험부담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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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나 화의.워크 아웃 상태인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상태에 한층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비정상적인 문제기업들이 너무 많아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옥석가리기를 통해 퇴출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퇴출이 본격화되면 관리종목에 묶여 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이들 종목들의 주가도 회생 가능성에 비례해 극심한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퇴출 종목에 비해 회생종목이 매우 적어 정부의 옥석가리기 방침은 전반적으로 관리 종목에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 기업 정리〓진념 부총리는 29일 세종연구원 조찬 강연회에서 "법정관리나 화의업체 5백70개 가운데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기업들은 정리하겠다" 면서 "대우조선 등은 연내 워크 아웃 상태에서 탈출이 가능하다" 고 밝혔다. 진부총리가 지목한 '문제 기업' 은 채무동결이나 출자전환 등으로 금융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점을 이용해 제품을 덤핑 공급한 업체들로 해석된다. 이들은 멀쩡한 경쟁사들까지 어려움에 빠뜨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증시에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외자유치 등의 재료를 퍼뜨려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 훨씬 커진 위험 부담〓증시 관계자들은 '문제기업' 이 정리될 경우 관리종목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리종목

으로 지정된 뒤 퇴출되는 경우는 많았지만 회생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대부분 법정관리.화의.워크아웃 등에 해당되는 관리종목 지정 기업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24개 종목에 달했다.

관리종목 중 상장이 폐지돼 퇴출된 종목도 지난해 28개, 올해 17개에 이른다. 이에 비해 관리종목에서 벗어난 종목은 지난해 6개, 올해 3개에 불과했다. 정부가 본격적인 정리작업에 나서면 지나치게 느슨한 퇴출기준이 강화되면서 상당수 관리종목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자력 회생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관리 종목을 벗어날 수 있는 종목들은 평균 주가 상승률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지난 3월 관리종목에서 벗어난 삼미특수강의 경우 자본 전액 잠식으로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서 지난해 연말까지 주가가 1천원대에 머물렀지만 올 들어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서면서 최근 주가가 3천2백원선까지 회복됐다.

한화증권 임일성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문제기업 정리를 서두를 경우 증시 전체로는 구조조정 가시화에 따른 불확실성 제거가 호재로 작용할 것" 이라며 "그러나 계열사들과 함께 부실화됐던 일부 워크아웃 기업을 제외하면 법정관리.화의 기업의 회생가능성은 크지 않다" 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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