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팔리나] 협상 테이블에 누가 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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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빚을 지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우차의 복잡한 사정 만큼이나 대우차 매각 및 인수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협상팀도 복잡하게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형식 논리로 보면 협상 주체는 GM과 법원을 대리한 법정대리인인 대우차 이종대회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GM과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쪽이 대부분의 협상을 맡고 대우차는 자료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법원은 이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협상을 이끄는 팀장은 GM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제휴협력본부장인 앨런페리튼 이사, 산업은행 이성근 이사, 대우차 입찰사무국 김석환 사장 등 3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실무팀과 법률 어드바이저, 라자드아시아 등 컨설팅 자문단 등이 참여, 협상팀은 전체적으로 30명 안팎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물론 회의 때마다 이들이 전부 모이는 것은 아니며, 사안에 따라 소그룹으로 나누고 필요할 경우 모두 회동해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고 협상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협상과정은 우리측은 금감위나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에, GM측은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루돌프 슐레이스 사장이나 GM 디트로이트 본사에 중간중간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계약서에 서명한 뒤에도 우리측은 채권단 동의를 전제로 법원이 정리계획안을 확정하고 GM측은 이사회가 승인을 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편 GM측 협상팀 대표 앨런 페리튼 이사는 지난 70년대 후반 대우차 전신인 새한자동차 시절부터 경영에 깊숙이 간여한 지한파(知韓派)로, 특히 현재 구속중인 김태구 전 대우차 사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차 관계자는 "페리튼 이사가 새한자동차의 GM측 자재조달 담당자로 있던 지난 78년 김 사장이 새한자동차 자재본부장이 되면서 마주 앉아 공동결재란에 나란히 사인을 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 한국말도 금방 배웠던 페리튼과 맏형처럼 푸근한 이미지의 김 사장은 서로의 집을 오갈 정도로 친해졌고 김 사장이 페리튼을 충청도 사투리로 동생을 의미하는 `동상'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도 했다는 것.

페리튼은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 GM의 핵심인물로 조립부품 담당 이사, 자재관리총괄 부사장, 해외구매부문 총괄 이사 등을 거친 다음 지난 96년 GM코리아 사장으로 한국땅을 다시 밟아 결별했던 대우차와의 관계를 회복, 98년 대우차 사장이 된 김태구씨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또 99년에는 GM코리아 사장 겸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제휴협력 본부장으로 발령돼 아시아 시장에서의 신규 사업을 총괄하면서 대우차 지분 매입 등을 내용으로 한 MOU를 99년 8월 대우차 김 사장과 다시한번 체결한 뒤 지난해 대우차 경쟁입찰에도 참여했으나 포드측에 우선협상권을 빼앗겼었다.

따라서 이같은 인연과 대우차에 대한 오랜 실사로 `대우차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알고 있는' 페리튼 이사가 이번에는 대우차와의 오랜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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