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뒤 결심한 미국 유학, 등록금 50% 감면 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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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학생부터 재수에 실패한 이까지 그들은 저마다 걸어온 길이 다르다. 방산업체 엔지니어에서 기업인까지 꿈꾸는 길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더 넓은 세계로 나가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세계 무대에서 통할 자신만의 스펙을 만들기 위해 현재 ‘열공’ 중이란 사실이다. 동국대 전산원의 ‘1+3 해외학위과정’을 통해 미국 발도스타 주립대(Valdosta State University)에 진학한 이들의 유학생활 이야기다.

글=전민희 기자

안성현(20·2학년·송파 가락고 졸)=2010년 고교졸업과 함께 ‘1+3 해외학위과정’에 도전한 뒤 국내에서 1년 동안의 국내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해 미국 발도스타 주립대 2학년에 진학했습니다. 고교시절 2등급대의 내신성적을 유지했고, 수능에서도 언어·수리·외국어 1·1·3등급을 받았던 제가 유학을 선택한 건 ‘무기개발 연구원’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세계적인 방산업체가 밀집한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했습니다. 동국대 전산원의 ‘1+3 해외학위과정’을 선택한 것도 세계 10위권 공과대학인 조지아텍 재학생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편입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등록금 50% 감면 혜택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미국은 같은 주(州)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경우에는 등록금을 굉장히 비싸게 내야 하거든요. 하지만 ‘1+3 해외학위과정’ 학생들은 동국대 전산원과 발도스타 주립대와의 협약에 의해 조지아주 내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과 같은 비용을 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온 뒤 제가 느낀 미국 대학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열의만 있다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규학기가 아니더라도 학생이 원하면 교수님들은 자신의 연구노하우와 지식을 전해줍니다. 저는 지난 봄방학 때 교수님께 제한해 ‘3D를 활용한 해골 설계’ 연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여름방학엔 록히드마틴 방산업체의 심포지엄과 연구세미나를 들은 뒤 이를 토대로 담당 과목 교수와 토론수업을 이어나가기도 했어요.

 인턴십의 기회도 많습니다. 올해 정규학기를 마친 뒤엔 방산업체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할 계획입니다. 발도스타 주립대 졸업 후엔 조지아텍에 편입한 뒤 미국에서 방산업체 엔지니어로 취직할 거에요. 관련 분야 교수들과의 공동연구는 구체적인 꿈을 설정하고 실전경험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재훈(21·2학년·인천 인항고 졸)=저는 지난해 재수에 실패한 뒤 이 과정을 선택했습니다. 학창시절 유학에 대한 생각이 없었고, 준비가 전무했던 탓에 국내에서 유학을 준비한 1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어요. 국내준비과정에서부터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됐기 때문에 기초적인 영어단어 암기부터 다시 해야 했죠. 저에게는 그때가 고난(?)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미국에 들어오니 그때 미국 대학의 커리큘럼을 따라서 영어로 수업을 들은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이곳에선 학기당 12~19학점을 수강할 수 있는데, 저는 학기당 15학점 정도를 신청합니다. 보통 하루에 2~3개 정도의 수업을 듣는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강좌마다 엄청난 과제와 시험이 진행된다는 거예요. 시험도 3~4차례의 정규고사는 물론, 때때로 퀴즈를 보기 때문에 학기 중에 과목당 7~8번 정도의 시험을 치릅니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하루 수업을 마치면 도서관으로 향해 과제하고 시험 준비하다 보면 자정을 넘어 기숙사로 향하는 날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이런 과정을 버텨낼 수 있는 건 ‘포기하지 않는 학생에겐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중·고교를 다니면서 불만을 가졌던 점 중 하나가 ‘공부를 못하면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거든요. 그러나 이곳은 달랐습니다. 학교나 지도교수에게 “영어가 부족하다”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실력에 따라 보충수업을 해줍니다. 시험점수가 나쁘더라도 학생 개인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한 뒤 이를 보충해 재시험을 요구하면 기회가 주어집니다. 저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경영학에 대해 흥미를 느꼈고, 학업에 대한 자신감까지 채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주성현(22·3학년·분당 송림고 졸)=미국생활이 벌써 2년째에 접어들었네요. 해외에 살다 보면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외국인을 만난다 해도 같은 나라 사람과 함께 할 때만큼 기쁠 때는 없습니다. 말이 통하고, 한국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게 외국생활에선 굉장히 행복한 일입니다.

 저는 ‘1+3 해외학위과정’을 통해 처음 미국에 들어온 1기생이에요. 처음 유학 길에 오를 땐 ‘집을 떠나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막막하기만 했죠. 그랬던 제가 무사히 유학생활을 이어나가는 건 미국으로 함께 건너온 30여 명의 동기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발도스타 주립대에 진학한 뒤 첫 학기에 들은 회계수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회계과목을 처음 접한 데다 영어로 된 수업을 따라간다는 거 자체가 힘들었어요. 그때 제 옆에 있어준 게 한국 친구들입니다. 함께 유학 길에 오른 형·동생과 단원을 나눠 한국말로 번역을 하고, 이해되지 않는 개념들을 따로 모아 조사하는 등 머리를 맞댔어요. 외국학생들도 이런 모습을 보고는 “단합을 잘하는 한국인에게 감동했다”고 하더군요.

 뿐만 아닙니다. 현지에서 유학생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코디네이터가 있어요. 처음 미국에 오면 휴대전화 개통부터 통장 개설까지 큰 도움을 줍니다. 얼마 전에는 삼계탕을 끊여줘서 한국 학생들과 함께 먹으며 향수병을 달래기도 했죠. 마음의 위안을 찾는 게 유학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버팀목이 아닐까 싶어요.

 올해는 제가 한인 학생회 회장으로 당선됐어요. 같은 학교의 1, 2기 한국인 친구·후배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봉사활동도 나가고 있습니다. 언어의 벽과 인종차별의 벽을 함께 이겨나가면서 한국 학생들이 좀 더 나은 인재로 커 나갈 수 있게 도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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