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행복’ 공약, 무슨 돈으로 할지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이번 국회는 ‘대선’ 국회다. 때문에 대표연설은 대선 공약을 가늠할 방향타라 할 수 있다. 어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2월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국민행복’을 규정하면서 복지확대와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에 주력하겠다고 천명했다.

 황 대표의 공약은 서민·여성·대학생·비정규직에게 중요한 영향을 주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세대별·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0~5세 영·유아 양육수당 전 계층 확대, 대학등록금 인하와 부담 완화, 스펙(spec) 초월 맞춤형 취업 시스템, 임신 기간 근로시간 단축제 등이다. 황 대표는 경기부양을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입법과 추경예산 편성도 주문했다. “2015년까지 공공부문의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대해 비정규직 고용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는 공약도 나왔다.

 대선 환경이 2007년과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복지·일자리·고용·여성 같은 문제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글로벌 앵거(global anger)라는 용어에서 보듯 ‘살기 어려운 문제’는 이미 세계의 공통 이슈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극심한 교육·주택 경쟁 등으로 ‘앵거’는 더욱 폭발적이다. 이런 걱정과 분노로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20~40 세대가 투표장에 몰리고 있다. 정당은 표를 위해 이런 변화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대선이든 후보들의 공약이 사회와 재정(財政)의 건전한 틀을 위협해선 안 된다. 이미 한국 사회에는 대선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복지공약을 지키려면 향후 5년간 민주당 165조, 새누리당은 75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 마련한다고 해서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인지 양당은 설명이 없다. 양당은 그럴듯한 공약으로 유권자의 귀만 노릴 게 아니라 유권자의 머리가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는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합리적인 대(大)검증전이 벌어져야 한다. 그래야 포퓰리즘의 유령으로부터 미래를 보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