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마이너리그 관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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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프로야구를 메이저리그에 비교할 것은 못되지만 짧은 기간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는 것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 못지 않은 동메달을 딴 것이 그 단적이 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프로야구가 지금 수준에서 더 발전될 수 있을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유는 한국의 프로야구를 뒷받침하는 2군리그와 아마야구가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2군리그라고 할 수 있는 마이너리그는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필자는 5월 21일(한국시간) 마이너리그 더블 A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장소는 택사스주 샌안토니오. 홈 팀인 샌안토니오 미션스(시애틀 매리너스 산하)와 엘파소 디아블로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의 경기였다. 특히 디아블로스는 김병현 선수가 몸담았던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기장 시설을 보면 일단 규모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야구장에 못미친다. 하지만 관중을 배려하는 면에서 훨씬 꼼꼼했다. 그 예로 구장의 절반 정도가 지붕 아래에 있어서 텍사스의 뜨거운 햇볕을 피하게끔 되어있었고, 지정석관리도 잘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야구장만 생각하고 입장권에 표시된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앉아있다가 자리를 비켜주기도 했다.

또 외야지역에는 펜스 높이로 언덕을 만들고 잔디를 심어 소풍 같은 분위기를 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입장료가 비싼 것도 아니었다. 성인 한사람 당 5.5달러, 우리 돈으로 7000원 정도다.

가장 비교되었던 것은 관중의 수와 그 수준이었다. 이것이 2군경기인가 할 정도로 많은 관중이 있었다. 필자의 머릿속에는 자주 갔던 수원구장의 텅 빈 관중석이 떠올랐다. 선수들이 많은 관중 앞에서 더 나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번째는 관중의 수준. 마이너리그에 우리나라와 같은 치어리더는 없었다. 하지만 관중들은 방송으로 노래나 리듬이 나올 때마다 소음을 만들어냈다. 누구하나 앞에 나서 선동하거나 지휘하는 사람이 없이 몸에 밴 것 처럼 응원했다.

마지막으로 구단의 운영이다. 외야는 우리나라의 외야를 보는 것처럼 많은 광고로 둘러져 있었다. 어쩌면 마이너리그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필자가 놀랐던 것은 매회가 끝날 때마다 그 광고회사가 주최하는 관중을 위한 이벤트가 열렸다는 것.

필자의 판단으로 더블 A의 경기 수준은 우리나라 프로야구보다 떨어졌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확실히 우리나라 보다 나았다. 일개의 야구경기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그런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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