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 한 틈도 잡아내죠 경기도 ‘아파트 패트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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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의 한 위원이 아파트 화장실 내 유리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경기도]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D아파트. 최근 완공돼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다. 안전모를 쓴 40~60대 남녀 10여 명이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지하주차장. 이들은 직접 차를 몰고 조명 상태를 일일이 점검했다. 바닥 누수 및 균열 여부도 확인했다.

 이어 한 입주 예정자의 안내로 30평형대 아파트에 들어가 화장실과 주방을 살폈다. 화장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용 타일이 설치됐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 전등 누전 여부를 점검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여 동안 아파트 내부와 지하주차장, 녹지공간 등에서 모두 49건의 하자를 찾아내고 시공사에 보수 또는 개선을 요구했다. 입주 예정자인 김모(41·주부)씨는 “일반인이 미처 확인하기 어려운 베란다 난간 창문과 창틀의 미세한 뒤틀림까지 찾아 주었다”며 “시공사는 껄끄럽겠지만 입주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며 흐뭇해했다.

 아파트 입주민을 대신해 아파트의 하자를 찾아낸 뒤 바로잡도록 하는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이 맹활약 중이다. 민간 건축분야 전문가 160여 명과 공무원 10여 명으로 2006년 출범했다. 아파트 선분양 제도의 문제점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공사와 입주민의 주택 품질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도에 따르면 검수단은 2006년부터 올해 6월까지 도내 577개 아파트 단지의 품질을 검수해 2만5000여 건의 하자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2만3500건(94%)을 개선하는 성과를 올렸다.

 검수단은 대개 전문가 8~10명과 공무원 2명 등 10여 명으로 팀을 구성해 새 아파트 단지를 찾아간다. 검수위원은 시공·전기·조경·토목 등 각 분야 기술사 및 박사들이다. 점검 대상 아파트는 입주 예정자의 요청을 선별한 뒤 결정한다. 이들은 하자 발생 사항과 품질 저해 부분, 입주민 불편사항을 전문가의 눈으로 꼼꼼하게 찾아낸다. 검수위원 안무영(61·건축공학박사)씨는 “찾아낸 시공상의 문제점은 현장에서 바로 시공사에 시정을 요청하고 시정됐는지도 나중에 반드시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고 있다. 2008년 전주시를 시작으로 군포·성남·군산·충북·창원·경남·전북·영주·대구 달서구 뿐만 아니라 LH 등이 주택 품질검수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철청·서울특별시·광주광역시·인천광역시·대한건설협회 등도 경기도를 찾아와 품질검수 현장을 견학했다. 최근에는 경상남도 공무원들이 찾아와 품질검수의 노하우를 배워갔다.

 도는 품질검수제도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자 누구나 쉽게 공동주택의 시공 품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품질검수 매뉴얼’을 만들었다. 매뉴얼은 도청 홈페이지(www.gg.go.kr)의 부동산 코너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춘표 도 주택정책과장은 “입주 직전에 실시하던 현장검수를 앞으로는 골조공사가 끝난 시점 등 공사 중간 단계에서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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