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전 할머니, 100억 전 재산 연세대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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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에서 빈몸으로 내려와, 굶기를 밥 먹듯 하며 모은 돈이라오. 돈 없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써주세요.” 80대 할머니가 100억대 전 재산을 연세대에 기부했다. 주인공은 서울 중곡동에 사는 김순전(89·사진)씨. 서울 중곡동 자택과 숭인동, 능동, 공릉동의 주택과 상가 등 부동산 4건의 소유 지분과 예금 등을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연세대에 쾌척했다.

 황해도 출신인 김씨는 6·25 때 이불 한 채만 들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안 해 본 일 없이 갖은 장사를 했다. 버스비를 아끼려 다섯 정거장을 매일 걸어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재산이 100억원까지 불었다고 한다.

 소유권 이전 등 등기절차는 지난달 말 마무리됐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지난달 24일 김씨를 찾아 감사패를 전달하고 “한 푼도 허투루하지 않고 어르신 뜻대로 잘 쓰겠다”고 전했다. 연세대는 최근 김씨를 세브란스병원으로 초청해 건강진단을 하고 보청기도 선물했다. 또 그의 사후 장례를 주관하고, 이름을 딴 ‘김순전 장학기금’을 운영하기로 했다.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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