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바람기 파헤칠거야 '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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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원 라이크 유' (26일 개봉) 는 할리우드의 대다수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 별다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새롭다면 사랑을 대하는 남녀의 차이를 동물행동학 혹은 인류학적 차원에서 접근하려 한다는 것. 하지만 그것도 영화의 잔재미를 살려내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일 뿐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연속되는 코믹한 화면으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제법 긴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는 수준급이다. 정상급 스타를 내세워 배우 이름값으로 부실한 내용을 벌충하려는 작품은 일단 아니라는 뜻.

토닥토닥 사랑을 나누다가, 그 사랑에 절망하고, 급기야 진정한 사랑에 눈을 떠간다는 수순은 관습적이지만 영화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토니 골드윈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 솜씨는 봐줄 만하다.

영화는 "남자는 왜 바람둥이가 될 수밖에 없는가" 를 집중 분석한다. 갓 입사한 방송사 PD에게 버림받은 토크쇼 섭외 담당자인 제인(애슬리 주드) 이 남성은 '새것 밝힘증 환자' 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번 교미한 암소와는 결코 관계를 맺지 않는 황소에 남성들을 비유하는 것. 반면 그녀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대로 1회용 섹스를 반복하는 다른 PD인 에디(휴 잭먼) 로부터 참사랑을 발견하는데….

마지막 반전이 황당하지만 작품 전체의 경쾌한 분위기를 일시에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다. 바람둥이 남성들은 자신의 치부가 들킨 듯하고, 남성에 실망한 여성들은 '남자란 다 저런 존재야' 라며 야유를 보낼 만큼 아기자기한 구성이 매력적이다.

사랑에서나 일에서나 욕심이 많은 뉴욕의 커리어 우먼을 연기한 애슬리 주드가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려는 모습이 귀엽고, 지난해 여름 히트한 SF액션인 '엑스멘' 에서 손에서 칼이 튀어나오는 괴력의 돌연변이인 울버린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휴 잭먼의 이미지도 살아 있다.

소설가 로라 지그먼의 데뷔작 '애니멀 허즈번드리'(Animal Husbandry) 가 모태가 됐다. 원제 Someone Lik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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