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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식의 슬램덩크] 벌써부터 나부끼는 '레이커스 깃발'

중앙일보

입력

최근 LA 인근 도로를 달리다 보면 유달리 눈에 두드러지는 현상이 한가지 있다.

밝은 보라색과 노란색이 섞인 프로농구(NBA) 고향팀 레이커스의 깃발을 부착한채 프리웨이를 질주하는 차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챔피언 레이커스는 양대 기둥 섀킬 오닐-코비 브라이언트가 연초 잠시 불거졌던 라이벌 의식을 접고 다시 환상의 콤비를 되찾으며 현재 17연승의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룡 센터 섀킬은 "다음에 두번째 아기가 태어나면 이름을 섀-코비로 짓고 싶다"고 브라이언트에게 제안할 정도로 코비와의 친밀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하모니를 바탕으로 레이커스가 압도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9연승으로 승승장구하며 2연패 가능성이 높아지자 '깃발'을 매단 자동차 숫자도 덩달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준결승 시리즈는 알래스카를 빼고 미국 본토에서 가장 덩치가 큰 스테이트인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자존심 싸움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팬들의 이목은 벌써 '결승상대가 필라델피아냐 밀워키냐'로 옮겨갔다.

그러나 코리아타운의 경우 레이커스의 연속우승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아직까지 지난해 6월 12년만의 우승직후 일어난 '다운타운 폭동'을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레이커스가 또다시 우승하면 고교 유망주의 조기 프로행도 가속화될 것이 확실하다. 필라델피아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한뒤 대학문턱에는 가보지도 않은채 22세의 나이로 아름다운 히스패닉 아내 · 명성 · 막대한 재산까지 모은 코비를 본 10대 유망주는 대부분 전인교육의 마당인 대학보다 NBA 입단을 원하기에 이르렀다.

또 내년 시즌부터 대인방어 외에 지역방어도 허용함으로써 오닐과 같은 대형센터를 마크하기가 더욱 쉬워지는등 레이커스 자체의 변신도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몇몇 우려에도 불구하고 레이커스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앤젤리노들의 '깃발행진'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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