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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고씨, 검거순간 PC방서 본게…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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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검거된 고종석이 31일 전남 나주시 성북동 나주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고종석 이 경찰서에 들어서는 순간 한 시민이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를 벗기려 달려들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일용직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범인은 돈이 생기면 PC방으로 달려가는 게임 매니어였다. 평소 PC방이나 여관방 등지에서 일본의 아동 포르노물을 즐겨 시청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데다 일정한 직장이 없어 대인관계의 폭이 넓지 않았다.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종석(23)이 경찰에서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경찰의 예상과 달리 성폭행 전력은 없었다. 절도죄로 벌금 전과가 있긴 했으나 흉악 범죄는 없었다. 고종석은 1m75㎝ 안팎의 다부진 체격으로 비교적 담담하게 조사에 응하고 있다. 그는 “술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전남 완도의 한 어촌마을에서 자란 그는 공부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중학교 2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다. 평소 말수가 없긴 했지만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올봄 마을 행사에서 주민들이 모아 마을금고에 넣어둔 공금이 사라졌다. 범인은 고종석이었다. 그는 마을에서 쫓겨나다시피 섬을 떠났다.

 고종석은 나주와 순천을 오가며 지냈다. 낮에는 막노동, 밤에는 술집-PC방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이었다. 막일로 번 돈도 술값과 PC방, 여관비로 썼다. PC방 단골이 된 것은 개인용 컴퓨터가 없어서였다. 순천에서는 주로 여관방에서 생활했고 나주에서는 작은아버지 집에서 묵었다. 나주 A양의 집과는 거리가 멀지 않았다. 집 근처 PC방을 드나들며 A양의 어머니와 자연스레 알게 됐다.

 PC방 기록에 따르면 고종석은 2010년 7월 회원으로 등록한 뒤 최근까지 PC방 게임비로 151만3800원을 지불했다. PC방 단골인 정모(45)씨는 “일단 PC방에 한번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 매일 밤 출근 도장을 찍었다”며 “범행 당일 밤에는 술에 취해 있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작은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신 뒤 혼자 PC방에 들렀 다.

 PC방 주인과 손님들에 따르면 고씨는 온라인 게임을 즐겼으며 컵라면을 먹으며 밤새 게임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PC방 아르바이트생 안모(19)씨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항상 PC방 구석자리에 앉아 한참 게임을 하다 갔다”고 말했다. A양의 어머니는 이 PC방에 4월부터 회원 등록이 돼 있었다.

 고종석은 경찰에 검거되던 순간에도 순천시 풍덕동의 한 PC방에서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고 있었다. 완도에 사는 고종석의 아버지는 “그동안 연락도 없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오고 지난봄 나쁜 일(절도)을 하긴 했지만 그런 일을 저지를 줄은···”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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