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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여아 몹쓸짓 당한 뒤 집가려 안간힘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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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A양(7)은 평소와 다름없이 지난달 30일 밤에도 공부를 마치고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집 근처 지역아동센터에서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고 돌아와 자는 평소 일과대로였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아빠는 안방에서 잤고 오빠와 언니, 여동생은 거실에서 A양과 함께 잠들었다. 어머니 B씨는 밤 11시쯤 TV 드라마를 보다 아이들이 자는 것을 확인하고 PC 방으로 갔다. 평소 밤잠이 오지 않을 때 PC방에 가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돌아오는 습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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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시쯤 낯익은 동네청년 고종석도 PC방에 왔다. 그는 다른 곳에서 술을 몇 잔 마신 상태였다. 고종석은 A양의 부모에게 평소 ‘누님’ ‘매형’이라 부르는 사이였다. 그는 B씨에게 인사한 뒤 “애들은 잘 있느냐” “매형과도 한잔하자”고 말했다. 그는 20여 분간 게임을 즐긴 뒤 먼저 PC방을 빠져나와 A양의 집으로 향했다. 문은 밖에서도 열 수 있는 상태였다. A양이 눈을 떴을 때엔 이미 괴한의 품에 이불에 싸인 채로 안겨져 있었다.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거리였다. “살려주세요”라고 A양은 애원했다. 하지만 괴한은 “삼촌이니까 괜찮다. 같이 가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괴한은 엄마를 ‘누님’이라 부르던 고종석이었다.

 그는 4분여를 걸어 영산강 강변도로에 도착한 뒤 곧장 영산강 둔치로 내려가 몹쓸 짓을 저질렀다. A양을 협박하느라 뺨을 깨물기도 했다. 그러고는 알몸 상태로 A양을 방치한 채 사라졌다. 인근 수퍼에 들어가 현금 36만원을 털고 찜질방에서 잠을 잔 그는 31일 오전 일하러 가는 것처럼 꾸며 순천으로 달아났다.

 A양 집까지 거리는 300m. A양은 있는 힘을 다해 도로 인도까지 올라갔으나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쓰러졌고 정신을 잃었다. 그 사이 어머니 B씨가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오전 2시30분쯤. B씨는 경찰에서 “아이가 자고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가 나중엔 “못 본 것 같다”고 진술했다. 잠이 들었다가 오전 3시에 한 차례 깼을 때는 분명히 A양이 거실에 없는 것을 알았다. B씨는 “다른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려는데 아이가 없길래 안방에서 아빠와 같이 자나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A양이 실종된 것을 알아차리고 경찰에 신고한 건 오전 7시30분이었다. 경찰은 5시간 이상 지난 뒤에야 수색에 나섰다. 성폭행으로 인한 공포와 통증, 추위 속에서 정신을 잃었던 A양은 오후 1시쯤 영산강변 도로에서 발견됐다. 범행 11시간이 지난 뒤였다.

나주=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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