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은 만병통치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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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패나 사고의 경험을 숨길 것이 아니라교훈으로 삼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사회적으로 폭넓게 공유하자는 취지의 '실패학'이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의 실패나 사고는 개인의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 착각에서 비롯되거나 역사적 과정 속에서 지식으로 간주돼 온 것들이 오류로 밝혀지면서 생겨난다.

「인류 최대의 착각과 오류 사전」(해냄. 클라우스 발러 지음. 안미현 옮김)은고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정치, 과학, 역사, 예술, 풍속 등 인류사의 다양한 분야에서 빚어졌던 수많은 오류와 착각을 사전식으로 구성한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이 책은 오류나 착각이 그 경중을 떠나 인간의 사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또한 삶을 얼마나 억압했는지를 보여 준다. 특히 그 주체가 저명인사일 경우 사회적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일 수 있다.

마약 코카인이 무해한 기호품이자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어이없게도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연구와 저술 덕분이었는데 이때문에 코카인은 19세기 중반에는 심지어 아편 금단증상 치료제로도 여겨졌다.

프로이트는 아편 중독에 시달리던 동료 의사를 코카인으로 10일 동안 치료한 후아편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이 '성공 사례'가 당시 여론에 영향을미쳤으니 19세기말 유럽을 휩쓴 코카인 유행에 프로이트가 단단히 한 몫 한 셈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동료 의사는 나중에 코카인 중독으로 숨졌다.

역사적으로 과학은 기존 진리의 계승보다는 '뒤집기'를 통해 발전해 왔다. 책은오류와 착각 속에서 진행된 역사의 이면을 들춰내 숨겨진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믿는 지식과 상식 또한 오류와 편견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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