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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하는 사이코패스, 피해자 슬픈 얼굴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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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정은 경사

“살인과 강간 등 잔혹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피해자의 표정이나 정서를 인식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집니다.”

 30일 서울 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오정은(32) 경사의 말이다. 6년 경력의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출신인 오 경사는 ‘범죄자(살인·강간)의 얼굴 정서인식능력 손상’으로 최근 경기대 범죄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 경사는 2006년 프로파일러 특채 1기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앞서 가톨릭대 심리학과를 나와 임상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범죄자 심리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보고 싶어 경찰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올 5월까지 경기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에서 근무한 그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실제로 보며 이들의 심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어서”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게 됐다.

 이번 논문에서 오 경사는 최근 1년간 경기 지역에서 붙잡힌 사이코패스 범죄자 10명과 보통 범죄자 10명, 일반인 10명의 얼굴 정서 인식 능력을 비교했다. 실험자에게 공포·분노·즐거움 등의 정서가 담긴 여러 얼굴 표정을 보여주고 어떤 표정인지를 맞추게 했다. 사이코패스들은 공포, 분노, 혐오 등의 정서를 즐거움·슬픔 등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보통 범죄자나 일반인에 비해 훨씬 많았다. 그는 “사이코패스들이 피해자의 정서를 잘못 파악하면 범행의 폭력성을 강화시키거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성폭행범은 피해자들이 짓는 두려움과 슬픔의 표정을 긍정적 감정으로 인식해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다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살인범도 범행 때 피해자들이 짓는 고통스런 표정에 공감하지 못해 더 가학적인 행동을 가할 수 있다.

 그는 “얼굴 정서 인식은 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고 교화·치료에도 중요하다”며 “ 사이코패스들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라도 타인의 얼굴 표정을 제대로 파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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