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초대석] 이노디지털 이영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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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답지 않은 벤처 - .이노디지털(http://www.innodigital.co.kr)을 접해 본 이들의 첫 느낌은 대개 그렇다.

주력 사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영업인 데다 회사를 이끄는 대표이사도 대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50대여서인지 사무실 분위기도 차분하기 그지없다.

이영진(53)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중동 등 주로 해외 현장에서 뛰었다. 오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비즈니스에 눈을 떴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 지난 85년 당시 세계적인 컴퓨터회사였던 '왕컴퓨터' 한국지사로 옮겼다. 다시 10년 후 이 사장은 왕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떼어내 창업, 전자문서관리 솔루션 전문회사로 자리를 굳혔다. 창업 이래 이어가고 있는 '차입금 0' 도 자랑거리중 하나다.

이노디지털은 곳곳에서 묻어 나는 보수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인터넷 사업에 나섰다. 올들어서는 코스닥에 등록해 지난 17일 첫 거래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며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 코스닥 공모 때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는데.

"5, 6백대 1 정도로 예상했는데, 9백28대 1을 기록했다. 물량이 적기도 했지만, 우리 회사 실적이 그만큼 우수하다고 평가해준 것으로 생각한다. "

- 전직원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1995년 직원 10명으로 회사를 만들 때 가족같이 힘을 합쳐 키우자고 결심했다. 직원들은 모두 우리 회사 주주다. 창업 때의 방침은 지금도 변함없다.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일회성으로 그칠 수 있지만, 오너십을 주면 안정적이고 회사 성장에도 보탬이 된다. "

- 경기가 안좋은데 주력사업인 전자문서관리 시장도 영향받지 않나.

"정부나 기업 모두 이 분야에 투자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 별 문제는 없다. 실제로 최근 공공기관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에서 한단계 나아가 조직 구성원들의 지적 노하우까지 관리하는 지식관리시스템(KMS) 수요가 늘고 있다. 이노디지털은 국내 1위 회사로 시장의 32%를 차지한다. KMS를 제대로 구축하려면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진입장벽이 있어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그만큼 우리 회사는 안정적이다. "

- 지식관리시스템이 왜 필요한가.

"궁극적인 목적은 조직 내 정보공유다. 기업 등에서 다루는 정보 가운데 정형화된 정보는 10~1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정형화돼 있다. 이때문에 특정 업무의 담당자가 바뀌면 노하우가 단절되는 게 현실인데, 모든 정보를 서버에 넣어 업무의 영속성을 높여 효율화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 지난해 온라인 사업도 시작했는데.

"가격비교 사이트와 인터넷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99년부터 추진해서 지난해에 오픈했다. 가격비교는 회원 50만명으로, 페이지뷰 1위다. 회원수가 어느 정도 되면 쇼핑몰로부터 수수료 받고 상품 컨설팅도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

- 온라인 사업이 기존 사업과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

"설립 이후 해왔던 사업은 주력사업으로 계속 키워 나가고, 인터넷 사업은 수익성이 확보되고 자생력이 생길 때 독립 회사로 만들 생각이다. "

- 벤처 CEO치고는 나이가 많아 젊은 사장들과 경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대표이사는 내가 맡고 있지만, 기술.영업 등 업무별로 권한이양을 많이 했다. 벤처기업들이 CEO 1인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리스크가 있다. 혼자서 생각하고 판단, 결정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우리가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다. "

유규하 기자 ryuha@joongang.co.kr>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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