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 주식, 싸도 너무 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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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펀드 매니저들은 한국 주식이 싸다는데 대부분 동의합니다.

너무 싸서 매력적이라면서도 더 살거냐고 물으면 '글쎄' 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

최근 미국 등에서 투자설명회를 하고 돌아온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의 말이다.

골드먼삭스증권 임태섭 이사는 "세계 증시에서 한국 기업의 주식이 싸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면서 "미국 금융산업의 본거지 월 스트리트에서는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라고 부른다" 고 말했다.

◇ 국내 상장사 주가 미국의 절반〓현재 주가가 적정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흔히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이 쓰인다. 예를 들어 발행 주식이 1백만주인 기업이 한해 1백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주가가 5만원이라면 이 기업의 PER는 '5만원/(1백억원/1백만주)〓5' 다.

이 기업이 1원을 벌 때 투자자들은 이를 5원의 주가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PER가 낮을수록 투자자가 평가하는 기업가치는 낮다고 할 수 있으며, 주당 이익에 비해 주식가격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국내 거래소 상장기업의 평균 PER는 10~11배(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 MSCI - 지수에 들어간 종목). 이는 미국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평균 PER(27배)의 절반 수준이다.

굿모닝증권 심용재 기업분석부장은 "세계의 돈이 몰리는 미국 증시의 상장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해도 우리와 경쟁관계인 대만 증시(평균 PER 17배)보다 낮은 것은 국내 주가가 그만큼 푸대접받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대표적 기업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 기준 21일 현재 PER는 6.7배. 경쟁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18배).인피니온(20배).텍사스 인스트루먼트(35배)에 비해 크게 낮다.

삼성전자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대만의 반도체업체도 평균 PER가 17~18배다.

포항제철.한국전력.한국통신.현대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국내 주요 기업의 PER도 비슷한 업종의 다른 나라 기업보다 낮다.

◇ 불투명성이 저평가의 주요 요인〓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기업의 주가가 낮게 평가받는 이유로 국가 위험도나 시장의 불확실성 등을 꼽는다.

그러나 많은 외국 투자자들은 기업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기업 회계를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했다.

임태섭 이사는 "미국은 물론 대만 기업들도 매월 회사 경영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데 비해 국내 기업들은 정보 제공에 너무 소극적" 이라고 지적했다. 임이사는 "최근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의 투명성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세계적 기준과는 아직도 큰 차이가 있다" 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오른 것은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기업 투명성이 높아진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올 들어 21일까지 현대모비스(1백45%).현대자동차(1백5%).기아자동차(64%)의 주가 상승률은 종합주가지수 상승률(22%)을 크게 웃돌았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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