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심현영 사장 '고강도 구조조정' 예고

중앙일보

입력

21일 심현영(沈鉉榮) 현대건설 사장의 취임사는 직원들이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따끔한 얘기로 일관했다. 낮은 생산성과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등 까발리기 힘든 회사 치부를 하나하나 들춰내며 분발을 다짐했다.

그의 이런 '매질' 은 노쇠한 현대건설의 새 출발에 도덕적 무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시공경험.능력.기술력 등 '업계 최고' 만을 외치기보다 정신 무장부터 가다듬자는 당부이기도 했다.

지금의 현대건설을 "정부와 채권단.주주.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죄인" 이라고 단정한 데서 이같은 의도가 엿보인다.

沈사장의 당부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낮은 생산성과 도덕적 해이' 다. 그는 올해 현대 임직원 1인당 매출 12억원 수준의 생산성이 경쟁회사의 15억원에 크게 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잉여인력이 1천여명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조직이 부패해 있다는 얘기를 각계 인사로부터 듣고 있으며, 교만하고 관료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며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신랄히 꼬집었다.

실제 沈사장은 20여일의 근무기간 중 두 건의 부조리가 적발돼 형사처벌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업본부별 업무보고를 받고 회사가 변화도 발전도 없어 보여 크게 실망했다" 며 "스스로 변화를 느끼고 대응하지 못하면 영원히 추락하고 말 것" 이라고 경고했다.

- 회사 실상이 어떤가.

"무리한 외형 중심의 영업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내실 위주로 회사체질을 바꾸겠다. 당연히 수익성 높은 곳에만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

- 취임 첫날부터 생산성 제고와 구조조정을 외쳤는데, 계획이 마련됐는가.

"구체적인 계획은 이제부터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력은 도태된다는 사실이다. 연말까지 외국 우수건설사에 버금가는 조직을 만들고 외국회사와 기술제휴도 활발히 하겠다. "

- 정몽헌 회장 등 현대그룹과의 관계는.

"주총에서 감자결의를 함으로써 관계는 이미 청산됐다. 鄭회장과도 마찬가지다. 본인도 이미 마음이 없을테고, 설사 관여하려는 생각이 있더라도 회사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룹 계열사와는 사업자간 관계로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할 수 있지만 자본거래는 절대 없을 것이다. "

- 채무연장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국내 채권은 채권단과 협의 중이며 해외채무 문제는 라자드홍콩을 재정주간사로 정해 장기적 자금관리 계획을 마련할 것이다. 되도록이면 해외채무도 연장토록 하겠다. "

황성근 기자 hs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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