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수업제 시행 첫 날 '명암'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 1만701개 초.중.고교가 첫 토요휴업을 실시한 26일 학생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대구시 달서구 장산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이 1일 명예교사로 나서 요리, 에어로빅, 성폭력 예방법 등을 가르쳤다. 부산시 동부교육청은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지하철을 타고 부산시내 주요 관광지와 유적지 등을 방문하는 '지하철로 떠나는 부산사랑 한바퀴'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동부교육청은 이를 위해 민간위원 20명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15개의 지하철 순환코스를 개발하고 방문지별 안내책자를 제작해 무료배포했다.

한편 토요일에 처음 쉬게된 학생들은 일단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떠 휴일을 만끽했지만 맞벌이 가정 등 가족과 토요휴무를 함께 지내지 못한 학생은 등교해 학교 주최 프로그램에 따라 하루를 보냈다. 서울 서대문구 북성초등학교는 전교생 1천100여명 가운데 맞벌이 부부나 결손가정의 저학년 학생 4명만이 토요일에 나온다고 신청했으며 등교생에겐 오전에 독서와 그림그리기를 지도했다.

또한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영화, 독서, 음악감상 시간을 마련한 성북구 숭례초등학교의 경우 교사는 13명 출근, 학생은 10명 이내 등교해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한편 서울시내에서도 강남.강북지역은 초등생 토요휴무제 참여도에 있어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초등학교에는 단 1명의 학생도 등교하지 않았다. 강남구 삼성1동 봉은초등학교의 경우 3학년 학생 1명만이 참가를 신청,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반면 중구 신당4동 청구초등학교는 전교생 1천900명 중 60명의 학생이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도 학부모, 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경기도 시흥시의 초등 5학년 학부모'라는 이는 "토요일 휴무가 실시된 지난 둘째 토요일에는 한반에 네 명이 등교했는데 고무장갑 가져오라 해서 교실청소를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아이한테 락스인지 약품냄새가 나 속이 상했습니다"라고 썼다. 또 다른 학부형은 "어렵다보니 부부가 모두 돈을 벌려고 일터로 나가기 때문에 토요일은 하루종일 애들만 집에 있습니다. 식사도 그렇고 위험하기도 하고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문수영씨는 "토요 휴무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에게 '너희집엔 읽을 책도 없니?', '토요일에 부모랑 놀러가지도 못하니?'라는 조롱섞인 회유를 한다고 합니다"라고 질책했다. 공미혜씨는 "맞벌이 부부가 아이들 방치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아동.청소년 놀이문화 개발을 위한 주민연대가 필요합니다"라고 제안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