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경숙이 40억 받은 계좌 명의는 ‘문화네트워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해 9월까지 ‘문화네트워크’의 사무실이 있었던 서울 공덕동 빌딩. [한영익 기자]

통합민주당의 돈 공천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문화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주목 받고 있다. 양경숙(51·여·구속) ‘라디오21’ 방송편성본부장(전 대표)이 서울 강서구청 산하 기관장 이모(55)씨 등 3명으로부터 공천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40억여원을 주고받을 때 이 단체 명의로 개설된 새마을금고 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문화네트워크는 라디오21을 운영하는 사단법인이다. 일종의 모기업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비영리법인 현황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04년 설립됐다. 문화현상 연구와 문화정책 자료수집, 인터넷 매체를 통한 사회의제 공론화 등이 주요 사업이다. 여기 언급된 인터넷 매체가 라디오21이다.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자산은 6700만원,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양씨를 비롯해 이기명 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 최종원 전 민주당 의원 등 친노(親盧) 계열 인사들이 이 단체의 이사를 역임했다.

 양씨는 문화네트워크 이사로 있으면서 선거홍보대행사인 ‘PR네트워크’를 설립해 운영했다. 방송국 성우와 PD를 지낸 경험을 앞세워 선거캠프 로고송, 동영상 등을 제작해주는 일을 했다. 양씨가 보좌관으로 일했던 한화갑 전 국회의원 등이 주요 고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양씨가 40억원을 받을 때 문화네트워크의 계좌를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계좌는 라디오21이 지난해 9월까지 사용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사옥의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에 개설돼 있는 것이다. 문화네트워크도 설립 당시에는 라디오21과 주소가 같았다. 하지만 최근 등기부등본에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으로 이전한 것으로 나온다.

 검찰은 문제의 계좌에 입금된 돈 중 일부가 PR네트워크 계좌로 몇 차례 송금된 정황도 발견했다.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를 검찰은 추적 중이다.

 서울 공덕동의 3층짜리 건물엔 ‘라디오21&TV’라고 쓰인 대형 간판이 보였다. 건물 입주자 임모(48)씨는 “라디오21은 알지만 문화네트워크에 대한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양씨가 가끔 들러 거래를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문화네트워크라는 단체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S빌딩의 ‘라디오21&TV’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빌딩 관계자는 “월세가 밀려 내일(30일) 이사 간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