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실패한 삼각트레이드

중앙일보

입력

지난 겨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 캔자스시티 로열스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던 삼각트레이드는 그야말로 빅뉴스였다.

당시에는 세팀 모두에게 큰 이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즌이 개막된 후 벌써 한달하고도 절반이 지나간 지금, 이 트레이드를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팀은 아무도 없다.

트레이드 당사자인 자니 데이먼 · 벤 그리브 · 로베르토 에르난데즈의 부진과 맞물려 세 팀의 성적도 바닥을 기고 있다.

1. 자니 데이먼 (27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당초 이 삼각 트레이드에서 가장 이득을 보았다고 평가를 받았던 팀은 자니 데이먼을 영입한 오클랜드였다. 오클랜드는 2000년 최고의 리드오프였던 데이먼을 영입함으로써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양키스에게 아깝게 당했던 패배를 설욕할 수 있으리라 기대됐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데이먼은 지난해의 데이먼이 아니었다. 19일(한국시간)까지 40경기에 출전하여 얻은 성적은 고작 타율 .209, 15타점 도루 8개.

.268라는 출루율이 말해주듯 데이먼은 시즌 초반 오클랜드를 부진의 나락으로 빠뜨린 주범 중 하나였다. 그리고 5월에 접어들어서도 그의 부진은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캔지스시티에서는 받아보지 못했던 주위의 주목과 기대, 무엇보다도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다는 사실은 데이먼으로 하여금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최근 오클랜드는 투수력이 살아나면서 점차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선두 시애틀이 까마득히 앞서나간 상황에서 팀으로서는 데이먼이 한없이 미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2. 벤 그리브 (25 ·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탬파베이의 신임감독인 할 매크레이는 벤 그리브만 보면 고민에 빠진다. 시즌 초반에 2할타율에 채 미치지 못했던 타격은 5월에 접어들면서 거의 제 페이스를 찾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수비다.

수비를 중시하는 매크레이 감독에게 있어서 그리브는 딱 지명타자에나 알맞은 선수. 하지만 25세의 앞길 창창한 유망주를 반쪽 선수로 만들 수는 없다. 매크레이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그리브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그를 우익수에서 좌익수로 이동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브가 팀의 진정한 주축선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비보강이 절실하다. 엄청난 삼진 개수는 그 다음 문제다.

3. 로베르토 에르난데즈 (36 · 캔자스시티 로열스)

이 트레이드로 로베르토 에르난데스를 얻은 캔자스시티는 2년동안 55번의 세이브 기회를 날려야만 했던 고질적인 마무리 문제를 고칠 수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김치국부터 마신 꼴이었다.

7.13의 방어율과 .310의 피안타율. 주전 마무리투수의 성적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성적이다. 6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에 블로운 세이브가 벌써 3개나 된다.

36세의 에르난데즈는 아직도 90마일 중반의 빠른 볼을 던진. 그러나 문제는 공 끝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무브먼트 없이 그저 빨래줄같이 직선으로 들어오는 빠른 볼은 언제라도 힘있는 타자들의 타겟이 될 수 있다.

라이징패스트볼과 싱킹패스트볼의 직구 두가지를 사용하여 타자를 꼼짝못하게 만드는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31)와 비교했을 때 에르난데즈가 왜 최고 마무리투수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가는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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