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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된다"며 요즘 강남 주부들 뛰어드는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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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가정주부인 김모(48)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사설 부동산 학원의 부실채권(NPL) 경매 강의를 신청했다. 여덟 번 강의에 50만원이라는 비싼 수강료에도 강의실은 빈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 김씨는 “부동산 NPL에 투자해 몇 개월 새 수십%의 수익을 냈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자산관리회사(AMC)인 유암코는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NPL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내는 국내 최대의 AMC다. 6개 주요 은행이 2009년 10월 유암코를 만들 당시에는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최근 NPL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커지면서 마음을 바꾼 것이다.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개인·기업이 늘면서 NPL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26일 유암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이 입찰에 부친 NPL 물량은 약 3조3000억원이다. 보통 하반기로 갈수록 물량이 많아지는 만큼 올해 나올 물량은 지난해보다 9.4% 늘어난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에는 6조원 정도였다.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잠잠했던 NPL은 2009년 이후 증가세에 있다. 주로 2000년대 중반 부동산 호황기 때 집행됐던 대출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화됐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이 2009년 유암코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최근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저축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회사에서 내놓는 NPL 물량이 많아지면 AMC는 그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회수 가능성이 큰 NPL을 골라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암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91억원으로 전년(186억원)의 약 6배로 불었다. 유암코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질 때 늘어나는 NPL의 특성상 시장은 당분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NPL이 ‘돈이 된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금융회사가 잇따라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NPL시장은 유암코와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F&I’가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세이뱅크 등 일본계 자본과 국내 보험사·자산운용사·사모펀드까지 뛰어들어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개인의 NPL 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NPL에서 부동산 담보 등을 떼어내 경매에 부치는데, 개인이 이를 노리고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일부에서는 NPL 관련 경매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지지옥션·부동산태인 등 전문업체에서도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정보 제공 서비스 등을 시작했다. 문제는 최근 대부업체·신용정보업체의 참여도 덩달아 많아지며 불법 추심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손해용 기자

NPL(Non-Performing Loan)  NPL은 연체 등으로 회수가 어렵게 된 대출·채권 등을 뜻한다. 금융회사는 이를 계속 갖고 있는 게 아니라 AMC에 매각해 부실을 털어낸다. 예컨대 원금 100억원짜리 연체대출을 AMC에 10억원에 파는 식이다. AMC는 이런 NPL을 경매·재매각하거나, 신용정보회사에 추심을 의뢰하는 식으로 자금을 회수한다. 채무자나 제3자로부터 10억원 이상을 거둬들이면 수익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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