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일본 지지” 스기야마 국장의 말은 거짓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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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야마 신스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어제 만났을 때 독도 문제를 얘기했나.

 “내가 알기에 일본 측이 그 문제를 꺼냈다. 우리 쪽은, 우리가 공적이든 사적이든 늘 말해 왔듯이 두 나라가 함께 잘 풀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미국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나 유엔에 제소하려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가.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누구 편도 들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건 두 나라가 잘 해결했으면 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일본 입장을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건가.

 “내가 말했듯이,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어느 편도 아니다(We take no position on that issue).”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2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과 주고받은 문답의 한 대목이다. 반복되는 질문에 뉼런드 대변인은 세 차례나 단호하게 “우리는 어느 편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반면 하루 전 스기야마 국장의 설명은 달랐다. 캠벨 차관보를 만난 뒤 그는 일본 기자들에게 “미국은 국제법에 입각한 평화적인 분쟁 해결이 중요하다는 점에 전면적으로 찬동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스기야마 국장의 발언을 전하며 “미국 측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인식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는 어느 편도 아니다”라는 뉼런드 대변인의 ‘확인’에 따르면 스기야마의 발언은 24시간도 안 돼 거짓으로 판명된 셈이다. 따지고 보면 뉼런드 대변인의 답변이 당연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지금 미국 외교의 최대 과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부쩍 힘이 세지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견제하느냐다. 그만큼 동맹의 두 축인 한국·일본과의 연대가 절실하다. 어느 한쪽만 두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도 뉼런드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미국의 강력하고, 중요하고, 소중한 동맹”이라며 “양국 사이에 갈등이 있는 건 분명히 우리에게 편치 않은(not comfortable)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두 나라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는 똑같다”며 “평화적으로 협의를 통해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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