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 건교장관 인천공항 사장 때 처제·동창, 공항 주변 땅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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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의 처제 이모씨가 강 장관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있을 때 인천공항 주변 알짜배기 땅 1100여 평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 장관의 고교 동창인 황모씨도 비슷한 시기에 이씨의 땅 바로 옆에 있는 땅을 산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씨와 황씨는 강 장관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있던 1999년 인천시 중구 을왕동 일대 밭을 각각 1118평과 680평씩 사들였다. 이들이 산 땅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의 용유.무의 관광단지에 인접한 곳으로 99년 이후 땅값이 크게 올랐다.

이씨가 땅을 산 시기는 99년 2월로 용유.무의 관광단지 기본계획이 확정되기 석 달 전이었다. 기본계획의 윤곽이 정해지면 어느 땅이 어떻게 개발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씨와 황씨의 땅은 인천시의 강제 수용 예정지에 포함되지 않아 땅값이 수용 예정지의 1.5배를 웃돌고 있다.

이씨와 황씨가 산 땅은 원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외지인이 마음대로 살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98년 4월~2002년 4월 영종.용유도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일시적으로 해제됐을 때 땅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부동산업계는 이들이 산 땅이 99년 평당 40만원 안팎에서 현재는 140만원 안팎으로 3~4배 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땅을 판다면 6년 만에 각각 10억원과 6억8000만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건교부 공보관을 통해 "문제의 땅은 이미 사정기관에서 조사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이씨와 황씨도 이 같은 의문을 모두 부인했다. 이씨는 "형부(강 장관)가 94년부터 신공항공단 이사장을 했기 때문에 공항 주변을 자주 드나들다 노후에 살기 위해 땅을 샀다. 내 판단으로 산 것이며 형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황씨도 "이씨의 땅이 내 땅 바로 옆에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공항 주변이 앞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내 판단으로 땅을 샀을 뿐 강 장관에게서 어떤 정보도 얻은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강 장관은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 삼성연수원에서 열린 직원 연찬회에서 강연한 뒤 몸이 좋지 않다며 휴가를 냈으며 25일까지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등에선 강 장관의 와병설, 사정기관 내사설 등이 꼬리를 물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강 장관이 총력을 기울였던 행정중심도시특별법이 통과되자 긴장이 풀려 몸이 나빠진 것 같다. 그러나 지난 주말 건강검진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와 28일부터는 출근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정경민.허귀식.김종윤.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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