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기술 총집합…KAIST 30주년 기념 전시회

중앙일보

입력

''천장 높이가 12m인 1천6백여평 규모의 전시장에 4m 길이의 무인비행기와 1㎏의 초소형 인공위성이 떠다니며 전시장을 실황 중계한다. 그런가 하면 어른만한 로봇이 진공청소기를 들고 청소를 한다. 그 옆에서는 커다란 화면을 보며 가상 낚시를 즐기는 관람객들로 붐빈다. ''

한국과학기술원 KAIST (http://www.kaist.ac.kr)이 개원 30주년을 기념해 16~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태평양관에서 열 ''씨 카이스트(See-KAIST) '' 행사를 미리 가본 모습이다.

전시장엔 이 대학 70여명의 교수들과 16개 과학고, 대기업.벤처기업 등 1백여 기업이 개발한 첨단기술.제품들이 전시된다. 대학과 과학고.기업이 공동으로 대규모 첨단기술 축제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공위성에서부터 로봇, 말귀를 알아듣는 컴퓨터, 유전자를 변형한 초파리, 신약 원료를 생산하는 미생물, 오폐수 처리기 등에 이르기까지 전시품 대부분이 세계 최고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그래서 이 행사는 전문가에게는 항공우주.원자력.전기.전자.화학.물리.기계 등 우리나라의 이공학 기술수준을 한눈에 조망하는 자리가, 청소년들에게는 과학기술에 대한 체험의 장이 될 전망이다.

그만큼 다양한 기술과 실물 제품이 동영상 등과 함께 전시되고, 관람객이 직접 작동해 볼 수 있는 코너가 많기 때문이다.

간호 로봇.가정부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은 공상과학 영화 속의 로봇과 실제 로봇간의 차이를 알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손바닥 크기의 로봇으로 축구를 하거나, 말귀를 알아듣는 로봇에게 청소나 잔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처럼 계단을 오르내리는 로봇발, 수술용 로봇, 간병인처럼 병자의 식사 수발을 들거나 얼굴을 씻어주고 면도를 해주는 로봇팔 등이 전시된다.

다양한 생명공학 기술도 볼만하다. 생물과학과 박태관 교수는 귀나 코.피부 등이 손상됐을 때 자신의 세포로 해당 조직을 재생하는 기술과 과정을 소개한다. 앞으로 장기 대량생산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공학이다.

미생물이 사는 곳의 온도나 산성도 등을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효소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나, 한국인 윌슨병을 진단할 수 있는 DNA칩, 약용 성분이 든 우유를 생산하는 형질전환 흑염소 등은 생명공학의 발전상을 살펴보기에 적당하다.

㈜탑헤드닷컴이 내놓은 두개의 액정화면이 달린 모니터, ㈜한비전의 인공위성 카메라 등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의 제품들이 볼만하다. 15개 벤처기업의 투자 설명회도 연다.

박방주 기자 (bpark@joongang.co.kr)

[인터뷰]KAIST 최덕인 원장

"KAIST가 미 MIT처럼 되려면 앞으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최덕인 KAIST원장은 "대학도 국제 경쟁 시대인 만큼 KAIST가 한국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것에 만족해선 밝은 미래가 없다" 며 부단한 자기계발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의 질 향상, 자율성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것.

KAIST에서 20년째 교단을 지켜온 崔원장은 이 대학 출신들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데 자긍심이 크다. 개교 이래 배출한 인력은 학사 5천5백95명, 석사 1만3천1백80명, 박사 4천4백27명.

그 중에는 메디슨의 이민화 회장, 퓨처시스템의 김광태 사장 등 내로라하는 벤처기업을 일군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씨-카이스트 행사가 30년간 커온 KAIST의 모습을 보여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행사지만 향후 30년을 대비,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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