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산 산문집 일상을 뒤흔드는 작은 떨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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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소설가 한수산(55)씨가 출판사 두 곳에서각기 다른 산문집을 동시에 냈다.

〈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해냄)은 일상에 매몰돼 감동없이 살아 가는 이들에게 삶을 보다 깊고 풍요롭게 하는 '작은 떨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을흔들어 놓는 것은 큰 사건이 아니라 아주 작은 떨림이라는 것. "어디여도 좋습니다. 누구와 함께여도 좋습니다. 그러나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을 하며 사는가 하는, 작지만 단단한 물음은 아닐까요"(<누구와, 어디로, 무엇을>에서). 가슴에 작은 흔적을 남기는 일들,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과 열정, 사람과 세상의풍경, 딸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쓴 젊은이들을 향한 메시지 등을 특유의 감수성과 유려한 문체로 그려냈다.

딸에게 주는 편지에서는 "드높은 자리에서 세상을 더럽히며 살아 가는 사람이얼마나 많으냐"면서 "어떤 형태, 어떤 영역이든 네가 선택한 그곳에서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한다.

〈꿈꾸는 일에는 늦음이 없다〉(이레)는 작가가 북아프리카 사막 여행지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삶과 문명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다. 이 리비아 사막 횡단에는 사진작가 이명화씨가 동행했다.

"아침을 사는 사람이 되어 다오. 그렇게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나날을 살아다오. 이 세상 모든 일에 때늦음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 다오"(<아침을 사는 사람이 되어라>에서). 사막의 거대한 모래바람, 묵묵히 양을 지키던 양치기, 굴 속에 엎드린 여우, 작가는 그 절대의 폐허 앞에서 역설적이게도 생애 처음으로 무엇인가로 완벽하게 가득차 있는 공간을 만난다.

지난 81년 신문 연재소설이 문제가 돼 군 기관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은 작가는 지난해 산문집에서 "그들을 용서한다"고 쓴 바 있다. 이번 산문집에서도 "'인간을 사랑하지 못하는 한 결코 글을 쓸 수 없다'고 눈물을 흘리곤 했다"며 힘들었던시절을 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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