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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그룹 전성시대' 막내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일부 멤버들이 그룹 탈퇴 및 소속사 이전을 선언함으로써 와해설이 끊이지 않던 국내 최정상의 댄스 그룹 H.O.T.가 사실상 해체됐다.

H.O.T.해체에 따라 10대를 겨냥한 댄스 그룹이 장악해온 가요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2~3년 사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판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왜 해체했나 = 다섯명의 멤버 가운데 팀 탈퇴를 선언한 안승호.이재원.장우혁 등 세 명이 기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놓고 갈등을 겪은 게 직접적인 이유다.

강타.문희준 등 나머지 두 명은 내년까지 활동을 계속하기로 이미 지난해 재계약을 끝냈다. SM은 그러나 나머지 세 명에 대해서는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게 안승호 등의 주장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돌봐준 SM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면서도 "지난 1월 SM 핵심관계자가 '재계약을 포기한다. 이 순간부터 H.O.T.는 없다' 고 말해 크게 상심했다" 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음반업계 관계자는 "SM이 H.O.T.를 유지할 생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때문에 일부 멤버들과의 재계약에 소극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SM이 멤버마다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판단한 일부 멤버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결국 해체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반면 SM측은 이같은 해석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SM관계자는 "우리는 재계약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멤버들간에 차별 대우를 했다는 말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 고 말했다.

◇ H. O.T.라는 이름은 남나 = 일단 SM을 떠난 멤버들은 새로운 그룹을 결성하더라도 H.O.T.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 법적으로 'H.O.T.' 라는 이름의 소유권이 SM에 있기 때문이다.

SM이 새로운 멤버들을 영입해 강타.문희준 등 잔존 멤버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H.O.T.를 결성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경우 새 그룹이 기존 H.O.T.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분명한데다 그동안 H.O.T.해체 반대 운동을 펼쳐온 10대 팬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가요계 판도 변화 = H.O.T.해체는 두가지 면에서 가요계 판도 변화를 보여준다. 첫째는 댄스 그룹의 쇠퇴다. H.O.T.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가요계를 장악해온 댄스 그룹의 상징같은 존재다. 그러나 립싱크와 표절 시비 등이 계속되면서 댄스 가요가 최근 퇴조 기미를 보이고 있다. H.O.T.가 해체된 것은 상업적으로도 댄스 그룹이 더이상 크게 매력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게 가요계 분석이다.

한편 H.O.T.해체는 신세대 인기 가수들이 자신의 '몸값' 을 당당히 주장하며 공식적, 합법적으로 소속사를 옮기는 본보기가 됐다.

소속사가 해체를 결정하면 그것으로 대부분 멤버들의 음악 활동도 끝나던 그동안의 관례와 달리 인기 그룹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해체해 새로운 그룹을 만드는 사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 H.O.T 해체 뒷이야기
(http://club.joins.com/bbs/list.zot?user=jforum_cjh&code=jforum_cj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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