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연맹의 거듭된 무리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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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사격연맹이 강초현의 서울월드컵대표 선발 이후 또 한번 석연치 않은 선수선발로 도마위에 올랐다.

연맹은 이달 말 열리는 밀라노월드컵대회(5.28~6.4) 여자공기소총 정규엔트리 3명 중 당초 출전예정이던 국가대표 박혜숙(창원시청) 대신 서울월드컵 티켓을 강초현에게 양보한 장미(화성시청)를 넣어 지난달 말 대회주최측에 접수시켰다.

연맹의 설명에 따르면 장미의 양보는 아름다운 `후배사랑'이었고 사재를 출연,장미를 월드컵에 출전시킬 것을 당부했다는 연맹회장의 배려도 `선수사랑'의 발로라지만 연이은 `미담'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들은 많지 않다.

연맹은 지난번 강초현의 경우는 국제대회입상자에 대한 별도 심의 규정을 적용했다고 해명해 대부분의 사격인들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지만 박혜숙이라는 선의의피해자를 만든 장미의 밀라노대회 출전은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다.

또 학업 때문에 서울월드컵에 나설 수 없다고 했던 장미가 15일간의 유럽원정을떠나기로 한 `난센스'에 대해서도 연맹은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만큼 선수선발을 둘러싸고 모종의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생겨난 실정이다.

기록경기인 사격은 심판의 재량권이 극히 미약한 종목의 하나로 선수 개인의 기량외에 다른 요인이 작용하기 힘들다는 장점(?)이 있다.

결과론인지 모르지만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여갑순이나 시드니 은메달리스트 강초현과 같은 여고생스타들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도 표적지에새겨진 `엄정한' 점수를 거부할 수 없어서 경험은 없지만 기록이 나은 선수에게 기회를 줬기 때문.

그래서 비록 우수선수 별도심의 규정이 있긴 하지만 점수에 근거한 선수선발은사격연맹의 불문율이 됐고 선수들은 성적만 내면 제2의 여갑순, 강초현이 될 수 있다는 믿음하나로 바늘구멍처럼 좁은 국가대표자리를 위해 땀흘리고 있다.

연맹은 점수대로만 선수를 선발한다면 강화위원회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항변하지만 이제껏 지켜오던 원칙을 연맹내 합의도출과정도 생략한 채 쉽게 저버렸다는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또한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 연맹 행정에 대한 선수 및 지도자의 불신이 깊어지면 그것은 곧바로 경기력저하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 만큼 연맹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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