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에 '나방' 출현 경보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 분양시장에 '나방' 이 등장했다.

집단으로 몰려다니는 '떴다방' (철새 중개업자)과는 달리 한 두 명이 개별적으로 옮겨다닌다 해서 붙여진 말로, '나 홀로 떴다방' 의 줄임말이다.

서울 강남과 분당 신도시 등의 부유층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5억~10억원의 현금을 쥐고 다녀 주택 분양시장에서는 '큰손' 으로 통한다.

떴다방이 견본주택 앞에서 일반 소비자들끼리 분양권 매매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데 비해 나방은 직접 물량을 거둬들이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나방은 정보력과 현금 동원력이 일반 투자자보다 훨씬 앞선다. 이 때문에 분양회사측은 나방이 등장하면 일단 붐이 조성되는 길조로 여긴다.

나방은 돈이 될 만한 곳을 찾아다니는데다 떴다방과 함께 분양권 전매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나방이 주로 몰리는 곳은 주상복합아파트와 선착순 분양아파트.

이들은 1순위 청약통장을 수십 개씩 갖고 있지만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아파트를 더 좋아한다.

실제 분당 신도시 백궁역 주변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에는 나방이 대거 몰렸다. 이들은 분양 초기 로열층 물량을 사들인 뒤 곧바로 전매해 짭짤한 시세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물량을 미처 처분하지 못한 일부 나방은 시장이 '반짝 장세' 로 끝나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에는 서울 서초동과 도곡동까지 진출했으며 이달 말부터 분양하는 여의도 주상복합아파트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 박찬훈 부장은 "분양시장에서 자금력 있는 나방의 힘은 막강하다" 면서도 "단기차익을 노리기 때문에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sjssof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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