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보상 1조원 더 … 용산 개발 속도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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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만 31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또 한 번의 고비를 넘었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계획을 놓고 출자기업들의 견해차로 4개월이나 사업이 지연됐으나 마침내 합의를 이끌어냈다. 아직 보상안에 대해 주민동의 절차가 남았지만 획기적인 보상 내용이 담겨 있어 주민동의를 낙관하는 분위기도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는 23일 이사회를 열어 사업자가 개발이익을 줄여 1조원 이상의 민간 보상을 추가하는 것을 뼈대로 한 서부이촌동 보상계획 및 이주대책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2200여 명의 주택소유자에게 새 아파트를 추가 부담금이 거의 없도록 제공하는 내용. 특별분양가를 보상금액(대림·성원아파트 기준)과 연계해 같은 크기 아파트로 이전할 경우 추가 비용이 들지 않게 한 것이다. 다만 주택을 넓혀 갈 경우에는 커지는 부분에 한해 일반분양가를 내도록 했다. 용산역세권개발 윤지호 보상팀장은 “개발 반대 목소리가 컸던 대림·성원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추가 부담 없이 동일 크기 새 아파트로 이주할 수 있게 됐다”며 “반대해왔던 주민들이 마음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택소유자들은 이주지원금 3000만~3500만원과 입주 때까지 전세금(최대 3억원) 지원도 받는다. 세입자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2007년 5월 30일부터 그해 8월 30일까지 구역 내 주택에 거주하다가 자진 이주한 세대에게 4개월분의 법정 주거이전비(4인가족 기준 약 1700만원)를 지급하고 50㎡ 이하의 임대주택 입주권을 제공하거나 특별이주정착금(평균 약 2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상가영업자에게는 법정 영업손실보상금 외에 상가입주권을 주거나 최대 3000만원의 상가영업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상재원 조달에 대해서는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게 용산역세권개발 측의 설명이다. 최근 외환은행과 미래에셋증권에 금융컨설팅을 받은 결과 랜드마크빌딩, 부띠크 오피스텔, 펜토미니엄 주상복합 등을 유동화할 경우 5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이 보상계획을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이 추가 부담금을 내지 않고도 새 아파트로 옮길 수 있게 하는 등 획기적인 부분이 많아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주민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부이촌동 11개 주민모임 김찬 총무는 “추가 부담금이 엄청나게 나올 것으로 생각했던 통합개발 반대파 주민들이 많이 찬성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2007년 말 동의서를 받을 때 추가 부담금 없이 기존 주택보다 큰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한 게 지켜지지 못해 다소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부동산 경기도 관건이다. 드림허브는 보상재원과 사업비의 대부분을 국제업무지구에 지을 아파트 등의 분양을 통해 마련할 계획인데 시장 침체로 분양률이 저조하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서울시와 드림허브 측은 30일부터 새 보상안에 대해 주민설명회와 개별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후 주민투표를 통해 논란이 된 성원·대림아파트 분리개발 등을 포함한 주민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찬성할 경우 물건조사, 보상계획공고, 감정평가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보상금 지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과 오대중 주무관은 “주민이 적극 협조하고 개발계획변경 승인, 실시계획인가, 건축허가 등 인허가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예정대로 2016년 말 준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일한 기자

용산국제업무지구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일대 용산철도정비창 부지(44만2000㎡)와 서부이촌동 지역(12만4000㎡)을 합쳐 총 56만6000㎡의 부지를 국제업무기능을 갖춘 서울의 부도심으로 개발하는 사업. 2016년 말까지 111층 높이의 랜드마크빌딩을 포함해 쇼핑몰·호텔·백화점 등 67개 빌딩이 들어설 계획이다. 추정 사업비가 31조원으로 국내 사상 최대의 개발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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