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도대체 경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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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11일 '경기회복론' 을 거론하면서 최근 국내 경기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경제연구소들은 지나치게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 나아지는 기미는 보인다〓이기호 경제수석은 좋아지고 있는 지표를 중심으로 예를 들며 "경기가 다소 회복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3월 말 1백3만명까지 늘어난 실업자가 6월 말 70만명대로 줄어 실업률이 3%대에 진입하고▶환율과 농산물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까진 5%대를 기록하겠지만 환율이 더욱 안정돼 6월에는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李수석은 경기회복의 근거로 기업경영자의 향후 경기전망을 알아보는 경기실사지수(BSI)가 올들어 다섯달째 좋아지고 있고, 새로 설립되는 법인 숫자가 늘어 일자리가 많아지리란 점도 강조했다.

재정경제부 이희수 종합정책과장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생산증가.소비심리 호전 등이 어우러져 경기가 바닥을 다진 뒤 하반기 이후 완만하게 회복될(U자형)가능성이 커졌다" 고 말했다.

◇ 뒷걸음치는 지표도 여전히 많아〓무엇보다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이 석달째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멈추는 기미가 없고 컴퓨터 수출도 부진하다. 이런 판에 기계설비 등 자본재와 원자재의 수입이 급감한 것이 주된 이유인 수입 감소율은 더 크다. 이는 기업들이 아직도 투자를 망설이거나 미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소비가 다소 살아나는 기미가 있지만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점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고 지적했다. 김준일 한국개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세계 경기 상황이 나빠져 교역규모가 축소됨에 따른 악영향이 그동안 환율상승 때문에 우리 수출에 반영되지 않은 감이 있다" 고 주장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센터장은 "경제지표 가운데 실업률은 경기 상황을 가장 늦게 반영한다" 면서 "신설법인이 많아진다고 6월 실업률이 3%대까지 낮아지기는 어렵다" 고 지적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장은 "수출과 미국 경제상황 등 대외변수가 국내 경기 회복 여부를 좌우할 것" 이라며 "경기실사지수가 높아지는 것을 굳어진 추세로 보긴 이르다" 고 지적했다.

홍병기.이상렬 기자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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