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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으로 역사 나들이 간다

중앙일보

입력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역사 체험에 참가한 학생이 전통 타악기 ‘운라’를 두들기고 있다.

“임금님의 도장을 어보라고 불러요. 금으로 만들어진 어보를 한 번 직접 만져 볼까요?”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김성덕 강사의 설명이 끝나자 10여 명의 초등학생들이 나무 괘로 만든 보물상자 앞에 모였다. 어보를 감싸고 있는 상자와 어보를 직접 본 학생들은 “의외로 무겁다”라며 탄성을 내뱉었다. 2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움직이는 보물수레’ 프로그램은 실제 유물과 동일하게 복제된 여섯 가지의 교구를 직접 만져보는 역사 체험이다. 전시장 유리 너머로만 보던 유물을 손으로 만져보고 느껴 본 학생들의 입가에서 웃음이 번졌다.

유물 복제품 만져보며 이해 폭 넓혀

이날 참가학생들은 조선시대의 주요 역사유물에 대해 배웠다. 궁궐 처마 끝에 달려 있어 잡귀를 쫓아내는 ‘잡상’, 왕비의 대수머리(왕비가 국가적 행사 때 하는 머리 모양으로 여러 개의 장식과 비녀를 꽂은 큰 가발)장식에 쓰인 나비·용머리·봉황 장식 비녀 등을 보고, 듣고, 만졌다. 김 강사는 학생들에게 “왕의 유물에 용이 자주 쓰인 이유는 이 세상 모든 걸 다스리는 왕과 하늘·땅·물을 다스리는 용의 특성이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조선 임금의 의복 어깨 쪽에 붙어 있는 금색 원형 문양인 ‘보’를 만져보기도 했다. 윤헌주(가좌초 4)군은 보에 그려진 용의 발톱 개수를 세어 보며 “규정에 맞춰서 여러 가지 의복을 착용해야 했던 왕도 많이 불편했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사극 드라마에서나 보던 금색 비녀는 여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도윤(청명초 4)양은 용과 꿩 모양으로 장식된 금비녀를 보고는 “비녀 끝의 장식이 여러 가지인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학생들은 이 외에도 제사에 쓰이는 그릇의 한 종류인 ‘괘’를 만져보고 궁궐에서 사용했던 악기인 ‘운라’를 두드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크기는 똑같지만 두께에 따라 다른 음을 내는 운라를 쳐 보며 궁궐의 삶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임지윤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어렸을 때 경험하는 역사 체험학습은 직접 보고 듣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역사적 의미를 찾고 이해하는 성과가 있다”며 역사 체험 학습의 의의를 설명했다.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듣는 서울 역사

박물관에서의 역사 체험학습은 즐거움과 학습을 동시에 잡는 교육 효과가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아빠와 함께하는 전시체험’을 매주 화요일 저녁에 개최한다.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역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평일 저녁 7~8시 사이에 열리는 가족 대상 역사 해설 프로그램이다.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기, 일제강점기를 거쳐 고도 성장기에 이른 서울의 역사에 대해 배운다. 전시해설사가 학부모와 초등생 자녀 눈높이에 맞춰 따로 해설한 뒤 서로가 배우고 느낀 내용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충천 천안 독립기념관은 초등학생 저학년을 대상으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주제로 한 체험 활동을 운영한다. 전시 해설을 들은 뒤에는 태극기와 태극 바람개비 등 국가 상징물을 만든다. 독립기념관 김승만 계장은 “초등학생 때부터 경험하는 역사 체험은 올바른 국가관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rooki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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