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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경기둔화 저지" 동참

중앙일보

입력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단행한 금리인하는 0.25%포인트로 폭은 작지만 파장은 컸다.

유럽 주요 증시는 대부분 급등세로 돌아섰고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의 CNN은 10일 한 전문가의 입을 빌려 "유럽의 경제전문가 50명 중 3명만이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며 "새 밀레니엄 들어 국제금융계의 최대 사건" 이라고 논평했다.

이날 금리인하는 우선 유럽이 자신들의 물가안정만을 위해 금리동결을 주장해왔던 입장을 바꿔 세계경기 둔화를 막는 데 동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ECB가 세계 경기둔화에 고집을 꺾고 전격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고 보도했다. 올초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은 물론 유럽 내의 저명한 경제연구소들이 줄곧 금리인하를 요구했지만 ECB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ECB의 빔 도이센베르흐 총재는 "유럽의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며 "물가안정이 경기부양보다 중요한 만큼 금리를 내릴 수 없다" 고 버텨왔다.

이같은 유럽의 금리동결 고집은 가장 먼저 미국을 불편하게 했다. 미국은 올들어 네차례에 걸쳐 2%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결국 지난달엔 1999년 유로화 출범 후 처음으로 유로권(4.75%)과 미국(4.5%)의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증시에 투자한 국제자본이 유럽으로 대거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왔다. 경기를 살리려면 추가 금리인하가 불가피한데 유럽 금리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유럽이 소폭이지만 금리를 낮춤으로써 오는 15일은 미국 추가 금리인하를 부담없이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관계자는 "유럽이 올 상반기 중 또 한차례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며 "미.유럽의 금리인하는 세계경기 둔화를 막는 중요한 처방전이 될 것" 으로 전망했다.

이정재 기자 jjy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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